AI 기업 앤트로픽, 반도체 공급 부족이 사업 위협이라 경고
AI 기업 앤트로픽이 IPO 신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공급 부족이 사업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상반기 컴퓨팅 비용이 283% 증가한 가운데 TSMC의 지역적 집중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급했다.

기업가치 2700조원을 목표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공급 능력이 부족할 경우 사업 확장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은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집중도를 주요 사업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이는 AI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글로벌 AI 서비스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앤트로픽이 지목한 가장 큰 위험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제조사가 대형 구매자나 경쟁사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특정 고객사에 생산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 앤트로픽이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AI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앤트로픽은 진단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경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위탁생산의 지역적 집중도 심각한 위험으로 언급됐다. 앤트로픽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등을 생산하는 대만 TSMC에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대만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의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취약성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앤트로픽은 과거 TSMC가 첨단 반도체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필요한 칩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봉쇄,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면 공급망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의 컴퓨팅 인프라 비용 증가 추세는 반도체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올해 상반기 컴퓨팅·인프라 비용은 89억4500만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3400만달러(약 3조1000억원)보다 무려 283% 증가했다. 이는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이용량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컴퓨팅 자원 확보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더욱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앤트로픽의 수익성을 직결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도 변수로 작용한다. 앤트로픽은 하드웨어 상당량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와 수입 제한, 무역분쟁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첨단 반도체 및 제조장비 수출통제가 강화되거나 정책이 변경되면 컴퓨팅 자원의 확보 가능성과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경쟁사들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가능성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주요 AI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 데이터센터 운영에 직접 뛰어들거나 하드웨어 제조사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이 최대 2조달러(약 2700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위험 요인을 공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AI 산업의 높은 성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핵심 반도체 공급 부족과 생산시설의 지역적 집중이 사업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알린 것이다. 높은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려면 AI 모델의 기술적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