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또 화재…강풍에 타오른 구룡마을, 210명 총력 대응
서울 강남 구룡마을에서 1월 화재 이후 9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210명을 투입해 총력 대응했으나 강풍과 소방용수 부족으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77가구 107명이 주거지 피해를 입었다.
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대규모 화재로 이재민 180여 명이 발생한 지 불과 9개월여 만의 재발화로, 구조적으로 취약한 노후 주거지역의 화재 위험성이 다시 한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날 오후 3시 50분쯤 구룡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인접 지구로 번져나갔으며, 소방당국이 210명의 인력과 헬기 6대 등 대규모 장비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당국의 대응은 신속했지만 현장의 악조건이 진화 작업을 크게 어렵게 했다. 오후 3시 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은 30분 뒤인 오후 4시 29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대응 2단계는 관할 소방서뿐 아니라 인접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까지 동원하는 최고 수준의 대응 체계다. 210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이 불길의 확산을 가속화했고, 소방용수 부족과 바람 방향의 잦은 변화가 초기 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소방은 오후 7시 30분 브리핑에서 불이 2지구에서 시작돼 1지구를 거쳐 3지구로 번졌으며 심지어 7지구 인근까지 확산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주민 39명이 스스로 대피했으며, 77가구 107명이 주거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오후까지 확인된 중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검은 연기가 강남 일대로 퍼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강남구는 주민들에게 창문을 닫고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으며, 서울시와 강남구는 화재로 거주지를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인근 숙소와 중학교를 확보해 임시 주거 지원에 즉시 나섰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피해 규모는 여전히 조사 중에 있다.
구룡마을의 반복되는 화재는 노후 판자촌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1980년대 말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된 이곳은 판잣집이 밀집해 있고 비닐과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자재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좁은 골목과 복잡하게 얽힌 노후 전선들은 화재 확산과 진화 작업의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구룡마을은 2023년 1월에도 큰불이 나 수백 명의 주민이 대피했고, 2014년 11월 화재 때는 주민 1명이 사망했다. 이번 화재는 올해 1월 화재 이후 9개월 만에 발생한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유사 사건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심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구룡마을의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1년 구룡마을 공영개발 계획을 발표했지만 보상과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15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노후 주거시설이 밀집한 구조적 특성 탓에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인명 피해와 주거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와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으며, 화재 진압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