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0% 초과 불법 사채 원금·이자 무효···형사재판 첫 인정
금융감독원이 발급하는 무효확인서가 형사재판에서 처음으로 무죄 입증 증거로 인정됐다. 연 60% 초과 불법 사채 계약을 무효화하는 이 제도는 2024년 7월 대부업법 개정 결과로, 지난달 대구지방법원이 무효확인서를 근거로 사기 혐의자를 무죄 판결한 사례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급하는 '무효확인서'가 형사 재판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됐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는 지난달 29일 A씨의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하면서 금감원이 발급한 무효확인서를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활용했다. 이는 2024년 7월 대부업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형사 판결에서 무효확인서가 법적 증거로 인정된 사례로, 불법 사금융 피해자 보호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자금이 필요했던 A씨가 불법 사금융업자와 접촉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155만원을 빌리려 했으나, 불법 사금융업자는 A씨에게 온라인 카페에 상품권 판매 글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그 후 불법 사금융업자는 상품권 대금 명목으로 A씨에게 195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었다. 불법 사금융업자는 10일간 28.5%의 이율을 요구했는데,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941.7%에 달했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법정 한도의 47배에 해당하는 초고율이었다.
A씨가 이 거래를 이행하지 못하자 불법 사금융업자는 역으로 고소를 제기했다. 불법 사금융업자는 A씨가 155만원의 대금을 입금받은 뒤 상품권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기 혐의로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표면적으로는 A씨가 상품권 판매라는 거짓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기꾼처럼 보였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기망행위로 인한 착각이 아니라, 불법 사금융업자가 고율의 이자를 회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금감원이 발급한 무효확인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감원이 지난 3월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무효확인서는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는 공식 서류다. 이는 2024년 7월 대부업법 개정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개정 전에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초과하더라도 원금은 반드시 상환해야 했으나, 개정 후에는 연 60%를 넘는 계약을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규정하고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무효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불법 사금융 시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었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발급한 무효확인서는 총 573건에 이르고 있다.
무효확인서의 효력은 형사 재판뿐 아니라 민사 소송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지난 8월 10일에는 상품권 예약매매 피해자가 무효확인서를 첨부하여 불법 사금융업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지급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이는 무효확인서가 단순한 행정 문서를 넘어 법적 분쟁 해결의 핵심 증거로서의 지위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법률구조공단,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여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무효확인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 구제의 속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