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길고양이 급식소, 법원 '생태계 악영향' 판단 유지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둘러싼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당국의 불허 처분이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생태계의 복잡성을 고려해 예방적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부산 을숙도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당국의 불허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2부는 동물학대방지협회가 국가유산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협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철새 보호와 길고양이 복지 사이의 충돌에서 생태계 보존을 우선시하는 사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물학대방지협회는 202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 추가 설치를 신청했으나 국가유산청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변경이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청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렸다. 협회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협회 측은 재판에서 급식소 운영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협회는 8년간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을숙도 내 길고양이 개체 수가 약 200마리에서 60마리로 감소했고,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하는 빈도도 현저히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급식소를 철거하면 오히려 배고픈 고양이들이 철새를 더 자주 포식하게 되어 생태계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협회의 주장은 길고양이 급식이 철새도래지 보존과 양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해외 연구 결과와 전문가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을숙도 내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가 급식소 운영의 결과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원한 중성화 수술 사업의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지난 8년간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보존·관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향후 장기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예방적 원칙을 적용했다. 급식소가 현재는 문제가 없더라도 미래에 생태계를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항소심 재판부도 동일한 논리로 협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판결문은 "을숙도 철새도래지와 같은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작은 변화만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생태계의 복잡성과 취약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번 훼손되면 회복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생태계 영향 평가에는 "예방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환경 문제에서는 사전 조치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국제적 환경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동물복지와 생태계 보존 사이의 균형 문제에서 법원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길고양이의 복지 개선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도래지의 생태계 보존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을숙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도래지로 매년 수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 경로상 중요한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곳이다. 이번 판결로 당국의 문화재 보존 정책이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었으며,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도 생태계 보존을 우선하는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