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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단둥 방문해 북·중 '혈맹' 5번 강조…경제협력 확대 압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북·중 혈맹 관계를 5번 강조하며 경제협력 확대를 압박했다.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대신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전략적 소통을 이뤘으며, 11월 북·미 대화 가능성을 둘러싼 사전 조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북·중 관계의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고 경제협력 확대를 압박하는 '실용 외교'를 펼쳤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위원장이 6·25전쟁 중국 참전 기념일을 하루 앞둔 24일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단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중은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단둥에서 항미원조기념탑과 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하며 북·중 혈맹 관계를 집중 부각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중 도중 '피로써 도와준 역사', '피의 검증' 등 양국 간 혈맹 관계를 지칭하는 표현을 무려 5차례나 언급했다. '피로써 맺어진 불패의 조·중 친선을 영원히 굳건히 계승'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북·중 간 전통적 친선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를 '명분과 이념을 활용해 실리를 챙긴 김정은식 실용 외교'라고 평가했다.

신압록강대교는 이번 방중의 상징적 무대로 부각됐다. 중국 측의 환송식이 열린 신압록강대교 중간 지점에서 김 위원장은 '두 나라를 잇고 우리의 마음도 더 굳게 잇는 역사적인 사명'을 언급하며 양국 교류·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당일치기 방문이 가능할 정도로 북·중 관계가 밀접해졌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와 달리 대북 제재를 의식하는 중국에 경제협력 강화를 압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경제협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을 중국에 갖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신압록강대교 방문이 협력 강화를 촉구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 주석이 다음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을 영접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중국 공산당 서열 4위로 시 주석의 책사로 꼽힌다. 이는 최고위급 인물이 직접 나서 북·중 정상 간 의중을 전하는 소통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 측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류하이싱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 측에서는 최선희 외무상과 김여정 노동당 부장 등이 동행한 점이 주목된다.

북·미 대화 가능성을 둘러싼 전략적 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협상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최 외무상과 왕이 부장의 배석은 북·미 대화 문제 논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 주석의 중재자 위상을 높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글로벌 전략 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국에서 열릴 APEC을 앞두고 북한 변수를 현 상태에 묶어두려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하거나 협상력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적 단서들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