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차 타고 당일치기 중국 방문…시진핑 대신 서열 4위와 면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중국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중국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정협 주석과 면담했다. 신압록강대교와 버스공장을 방문하며 북중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깜짝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용 차량을 이용해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양국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친선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방문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중은 양국 모두에서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깜짝 방문이었다. 한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 전날 본격적인 이동 신호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며칠 전부터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대북 소식통은 "이미 2~3일 전부터 거리 일부를 통제했고, 김 위원장이 항미원조전쟁 기념차 방문할 거란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단둥의 주요 도로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신압록강대교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되는 등 경계 태세가 강화됐다.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이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고 중국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면담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나지 않은 처음의 사례다. 왕 주석은 시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인물로, 김 위원장에게 항미원조기념관을 안내하고 황하이자동차의 버스 공장 시찰에 동행했다. 왕 주석은 "시 주석의 특별 지시"를 받아 연회를 마련하는 등 의전에 공을 들였으며, 신압록강대교 중간 지점까지 나와 북한으로 돌아가는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 북중 고위급 수행단이 나란히 서서 함께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김덕훈 내각부총리, 김여정 총무부장, 리일환 선전담당비서 등 최측근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중국 쪽에서는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왕 주석과 김 위원장 면담에 배석했으며, 이는 북중 경제협력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높인다. 당일치기였던 체류 기간, 신압록강대교를 부각하기 위한 이동 방식, 정상회담이 아닌 중국공산당 서열 4위와의 만남 등을 종합하면 '북중 혈맹'을 강조하기 위한 전례 없는 행보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신압록강대교와 버스공장을 잇따라 찾은 것은 북중 간 인적 왕래와 원자재, 산업설비, 소비재 등의 운송·교역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관계의 부침과 북한 쪽 연결도로, 통관시설 미비 등으로 완공 12년 만에 문을 열었다. 단둥을 중심으로 북중 무역을 연구한 서울대 인류학과 강주원 박사는 "신압록강대교가 있는 쪽은 단둥항과 더 가깝고, 북한 노동자들도 더 많이 일하고 있다"며 "대교 개통으로 조중우의교로 통행하던 물류 대부분이 벌써 신압록강대교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단둥을 마주보는 북한 남신의주, 용천 지역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방중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노동신문 기사에는 혈맹을 부각하는 '피'라는 표현이 7차례나 등장했으며,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 위원장의 단둥 일정을 18분 분량으로 상세히 공개하며 북중 관계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깜짝 방문이 북중 관계의 강화와 경제협력 확대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