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압록강대교 개통 9일만에 방문한 김정은, 북-중 경제협력 신호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압록강대교 개통 9일 만에 중국 단둥을 방문해 중국 고위급 인사와 회동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중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보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 강화라는 복잡한 국제 정치 계산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2014년 완공 이후 12년간 사용되지 못하다가 지난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단둥을 방문했다. 개통 불과 9일 만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이 다리를 건너간 것은 양국이 이 인프라 시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동이다. 중국 전문가들과 국제 언론들은 이번 방문을 북-중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전환점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동시에 복잡한 국제 정치 역학 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신압록강대교는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을 직결하는 국제 물류 통로로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북-중 관계 전문가 뤼차오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북-중 경제관계가 긴밀해지고 고위급 교류가 빈번해지는 최근 흐름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인한 물류 효과다. 뤼 연구원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북-중 무역 물류의 주요 병목이 해소됐다"며 "물류 제약이 완화되면서 양국 교역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 쪽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미비로 인해 다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개통은 실질적인 경제협력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둥 방문 중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회동했으며, 중국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 이는 북-중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행보로 해석된다. 왕 주석은 신화통신을 통해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만 중앙통신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 기회를 통해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때 양국이 합의한 사항의 이행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양국은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하고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번 방문 배경에는 복잡한 국제 정치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냉랭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연합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대비해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고, 북-중 간 전통적 혈맹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방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회담 재개 조건으로 미국에 대북 정책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올해 안에 실제 만남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과 왕 주석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북-중 경제협력 합의가 이뤄졌는지, 북-미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양국이 어떤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추진할지, 그리고 이것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