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 후 정치 활동 강화하는 오세훈, 삼권분립 원칙 강조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하는 여권을 비판하며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포부를 밝히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오 시장은 지난 2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시장직 상실 위기를 넘겼다. 이는 그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판결 다음날인 24일 오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사진기자 체육대회에서 오 시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하는 여권 일각을 겨냥해 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쪽에서 선출 권력이 삼권(입법·행정·사법) 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듯한 발언들을 수시로 쏟아내고 있다"며 "헌법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무도한 발언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이 이루어질 때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삼권 분립의 뿌리가 튼튼해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집권당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 정부와 여당의 사법부 압박이 헌법적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이날 차기 대권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민선 9기 슬로건으로 정한 '삶의 질 특별시 서울'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서울 시민들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모든 정성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당대 경기지사처럼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서울의 전월세 상승 문제에 대해 "실거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재 정부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서민들의 주거비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에 건의를 많이 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 관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판결 직후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집중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24일 하루만 해도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연달아 외부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의 전통 불교 의례인 '진관사 국행수륙재'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 감사의정원 스웨덴 석재 기증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25일 오후에는 다음날 0시부터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보행전용교로 전환하는 서울 잠수교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일정을 갖기도 했다.
한편 오 시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청으로 복귀한 오 시장을 환영하기 위해 비서실이 "정의는 승리한다"고 쓴 족자와 정의의 여신상을 준비한 것을 두고 야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라며 "권력형 정치자금 범죄가 어찌 '정의의 승리'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것이 시 차원의 공식 행사가 아닌 비서실 직원들이 준비한 비공개·비공식적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오 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치 활동을 전개할지, 그리고 이것이 현 정부와의 정치적 갈등으로 어떻게 전개될지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