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앞 룰라-플라비오 볼소나로 '격조 있는 논쟁' 펼쳐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좌파 현직 대통령 룰라와 우파 후보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경제, 안보, 생활비를 중심으로 격조 있는 논쟁을 벌였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0%씩으로 동등해졌으며, 10월 25일 결선투표가 예정되어 있다.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10월 23일, 좌파 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와 우파 후보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경제, 안보, 생활비 등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전 극우 대통령 자이르 볼소나로의 아들인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1차 투표에서 47%의 득표율로 룰라의 45%를 앞서며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이번 토론은 첫 번째 토론에서 보였던 인신공격과 구체적 정책 제시의 부재에서 벗어나, 양측이 상대방의 실제 정책을 질문하고 검증하는 보다 성숙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양 후보가 구체적인 경제 정책을 놓고 벌인 공방이다. 룰라는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주장하는 아르헨티나의 자유주의 지도자 하비에르 밀레이 식의 '체인소'로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당신이 나라를 파산시키고 있으니 내가 여기서 밀레이처럼 같은 일을 해야 한다"며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이는 브라질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놓고 벌인 근본적인 정책 입장의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유권자들의 경제 정책 판단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우파 후보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룰라 정부가 조직범죄의 확산을 방치하면서 국민들을 빚에 빠뜨렸으며, 생활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룰라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도 세금은 유지하는 모순된 정책을 지적하며, 젊은 시절 금속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로 잃은 손가락을 조롱하는 발언까지 했다. "룰라, 한 손으로 주고 당신의 아홉 손가락으로 빼앗는 건 소용없다"는 그의 발언은 토론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룰라는 "민병대원이 나를 '아홉 손가락'이라고 부르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맞대응하며,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리우데자네이루의 준군사조직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즉시 사과했지만, 동시에 룰라에게 "불안전에 시달리는 브라질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역공했다. 한편 룰라는 플라비오 볼소나로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그는 브라질을 모른다"고 주장했고,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자신이 변화를 대표하는 유능한 후보라며 자신의 입장을 재강조했다. 토론 중 룰라가 시청자들에게 플라비오 볼소나로의 주장을 '구글에 검색해보라'고 권유하자, 플라비오 볼소나로는 "브라질을 통치하는 것은 당신인가, 구글인가"라고 쏘아붙이며 신경전을 벌였다.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하가 10월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0%씩으로 완전히 동등해졌다. 이는 2주 전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4포인트 앞서던 상황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1차 투표에서 플라비오 볼소나로가 47%, 룰라가 45%로 2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 2주간 룰라가 상당한 지지층 결집을 이루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25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는 브라질의 경제 위기, 치안 악화, 빈부격차 확대 등 국내 주요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상이한 정책 비전이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은 브라질 대선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1차 토론에서 보인 인신공격과 정책 공백에서 벗어나 양 후보가 구체적인 경제 정책, 안보 정책, 사회 정책을 놓고 실질적인 논의를 펼쳤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상대방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발언들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책적 차이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토론의 역할을 했다. 결선투표까지 남은 시간이 짧은 만큼, 이번 토론에서의 각 후보의 주장과 공약이 브라질 유권자의 최종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