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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 항소심 무죄…1심 유죄 판단 전면 뒤집혀

서울고등법원이 오세훈 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에 대해 항소심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의 유죄 판정을 전면 뒤집은 이번 판결은 증거의 충분성과 법리 적용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에서 항소심 무죄 판정을 받았다.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무죄 판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벌금 100만원 이상 처벌 시 박탈되는 피선거권을 유지하게 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명태균이 오 시장의 의뢰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10건을 실시했고, 이 중 5건에 대해 스폰서 김한정씨가 대납한 21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오 시장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했다고 봤다. 또한 선거일 60일 전부터 후보자 명의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카카오톡, 문자, 통화 기록과 입금 내역 등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오 시장의 의뢰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증거들을 다시 검토하면서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구회근 재판장은 명태균이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스폰서 김한정이 명태균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알게 됐다는 점, 불법적인 비용 대납을 오 시장이 직접 요청했을 리 없다는 점, 은행 계좌로 떳떳하게 돈을 보낸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종합해 유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의 근거로 든 사실들이 오 시장의 혐의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게 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점, 불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특수관계인 스폰서에게 직접 요청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점 등이다. 특히 김한정씨가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이 본인에게 명태균을 만나보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도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처음부터 무죄 결론을 내려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논리를 끼워 맞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항소심을 담당한 구회근 재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혐의에서도 1심의 징역 2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인물이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이 윤석열 부부에게 제공한 것이 정치적 조언일 뿐 재산상 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명태균이 김종인, 이준석 등 유력 정치인을 소개했다는 점도 정치자금 기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일련의 판단들에서 법리의 일관성과 형사법의 대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회적 약자의 법정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유력자의 법정에서는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지적이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