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신천지 의혹 조사 결과 공개 놓고 내홍 심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천지 의혹 조사 결과 공개를 둘러싼 지도부 간 갈등이 심화됐다. 이성윤 최고위원이 공개를 요구하자 박선원 최고위원이 즉석에서 공개 의사를 밝혔으나, 당 지도부가 이를 만류하면서 공개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 조사 결과 공개를 둘러싼 당 지도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조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자, 조사를 담당한 박선원 최고위원이 즉석에서 공개 의사를 밝히면서 예상치 못한 긴장 국면이 연출됐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신천지 의혹이 당 지도부 내 신뢰 문제로 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당을 분열시키고 당원들에게 상처를 준 신천지 개입 의혹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과 당원께 공개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 연합의 근거도 공개하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그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이 8개월 동안 수사하고도, 국민의힘 외에 다른 정당에서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신천지의 가입 지시가 있었다거나 조직적으로 가입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조사 결과가 민주당에 유리한 내용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며, 동시에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이 같은 발언을 듣자마자 "좋아 좋아, 다 공개해"라고 맞받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공개회의가 끝난 직후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공개 발표하겠다. TF단장으로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당 지도부에 예상 밖의 충격을 줬다.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김 대표가 박 최고위원을 진정시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할 이야기가 더 이상 없다"고만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당 내부에서 조사 결과 공개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천지 의혹은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김민석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고,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는 "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피운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성윤 최고위원이 언급한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김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신천지 의혹 조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신천지 의혹 조사 결과의 공개 시점을 일단 유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이성윤 최고위원이 공개를 재차 요구하고 박선원 최고위원까지 발표 의사를 밝히면서 공개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비공개회의 직후 "지금까지 신천지 명단 공개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개·비공개에 대한 얘기는 좀 더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정도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좀 더 숙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당 최고위에서는 이 모든 것을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공개 여부 결정이 단순히 투명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여론에 대한 파장, 당내에 대한 파장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최고위원회가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사 결과 공개가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니라 당의 정치적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 지도부 내에서 신천지 의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이 같은 신경전은 민주당의 내부 결집력이 여전히 약해 있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향후 당의 정치적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