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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유묵 전시 논란 국감 이틀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장 전격 사의

친일파 박중양 글씨 유묵 전시 논란에 부여 부동산 의혹과 박물관 카페 운영업체 선정 과정의 위법 의혹이 겹치면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국정감사 이틀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15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으로, 국가 문화유산 관리 기관의 신뢰성 회복과 지도자 책임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판정된 유묵 전시 논란과 부여 부동산 의혹, 박물관 카페 운영업체 선정 과정의 위법 의혹 등이 겹치면서 국정감사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7월 관장직에 취임한 지 15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으로, 문화유산 관리의 투명성과 지도자의 책임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유홍준 관장이 최근 불거진 개인 소장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전시 출품 관련 모든 논란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준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는 19일 국정감사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것"이라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 변화로, 국감 이후 여론의 급속한 악화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묵 '일반시국은'은 지난 7월 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작품이다. 전시 한 달여 만에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판정되면서 작품이 철거됐으며, 뒤늦게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과 그가 7년 전 온라인 경매에서 5만원에 낙찰받아 애국지사 박원근 글씨로 '셀프 검증'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국가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가 출처 불명확한 유물을 제대로 된 감정 절차 없이 국립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한 것 자체가 기관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전문가 검증 없이 개인의 판단으로 작품의 작가를 특정한 행위는 박물관의 학술적 엄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정감사에서 추가로 제기된 의혹들도 여론 악화를 가속화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유 관장의 배우자가 부여에 여섯 건의 대지를 매입해 보유 면적이 1만5000평을 넘고, 자녀도 단독주택을 매입했다"며 "군립부여박물관을 지으려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직원이 카페 운영업체들의 가격제안서를 폐기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박물관 내부 카페 운영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문제가 됐다. 국감에서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한 860여 점의 유물과 관련해 "집사람 몰래 기증을 했기 때문에 오늘 집에 들어가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가정감사를 받게 될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답변을 한 것도 지도자로서의 책임감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 관장의 사의 표명 이후 문화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장 인선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국감 당일까지만 해도 유 관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며 "여론이 악화되자 모종의 언질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유 관장은 노무현 정부 때 문화재청 청장으로 재임하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직후 책임을 지고 문화재청장직을 내려놓은 경력이 있어, 위기 상황에서의 책임감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국가 문화유산 관리의 최고 책임자가 개인 소장품 관리에서 이 정도의 부실을 드러낸 것 자체가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박물관장 임용 과정에서 투명성 강화, 이해충돌 방지 규정 마련, 소장품 관리 및 전시 출품 심사 절차의 엄격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