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틀 만에 전격 사의…유홍준 박물관장 1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이 친일파 유묵 전시 출품 논란과 국감에서의 부실한 태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국감 이틀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취임 15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이며, 부여 부동산 의혹과 카페 선정 과정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국정감사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유 관장이 최근 불거진 개인 소장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전시 출품 관련 모든 논란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관장직에 취임한 지 15개월 만의 일이며,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두 번째 불명예 퇴진이다.
유 관장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준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으며,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영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7월 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유묵 '일반시국은'에서 비롯됐다. 전시 한 달여 만에 해당 작품이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판정되면서 전시 중 철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뒤늦게 이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으며, 그가 7년 전 온라인 경매에서 5만원에 낙찰받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셀프 검증'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친일파의 작품을 자신의 소장품으로 박물관 전시에 출품하고, 이를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잘못 검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국정감사에서의 태도 문제도 여론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 관장은 19일 국감에서 톨스토이 소설 '부활'을 인용하며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세월이 지나도 현재형으로 남는다"며 명예 회복 의지를 피력했고,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충남 부여문화원에 860여 점의 유물을 기증한 점에 대해 "집사람 몰래 기증을 했기 때문에 오늘 집에 들어가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가정감사를 받게 될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답변을 해 태도 논란까지 자초했다. 국감 이후 보수 성향 언론을 넘어 진보 언론으로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국감에서 추가로 제기된 의혹들도 사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유 관장의 배우자가 부여에 여섯 건의 대지를 매입해 보유 면적이 1만5000평이 넘고, 자녀도 단독주택을 매입했다"며 "군립부여박물관을 지으려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물관 내부 카페 운영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직원이 업체들의 가격제안서를 파쇄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위법 의혹이 제기됐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국감 당일까지만 해도 유 관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며 "여론이 악화되자 모종의 언질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번 사건은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신뢰성 문제를 드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최고의 박물관으로서 문화유산 보존과 검증에 있어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 출품과 검증 과정의 부실은 박물관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했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를 넘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박물관의 투명성과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관장 선임 과정에서 더욱 엄격한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