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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글씨 출품 논란 유홍준 박물관장 사의…'개인 실수' 책임 인정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친일파 글씨를 애국지사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논란에 책임을 지고 관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77세의 미술사학자 출신 유 관장은 약 15개월간의 재임 기간을 마감하며 국민과 애국지사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친일파 글씨로 판명된 소장품을 전시에 출품한 논란과 관련해 결국 관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의를 표명한 유 관장은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며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렸다. 77세의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자신의 진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비롯됐다. 유 관장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글씨를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추천해 전시에 출품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글씨가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시물이 내려졌고, 조사 결과 친일파 글씨임이 사실로 판명됐다. 문제는 글씨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도 유 관장이 이것이 자신의 소장품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질의를 받은 유 관장은 '제 불찰'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문화계에서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책임 있는 거취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국가 문화기관의 수장이 친일파 작품을 애국지사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것이 역사 인식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사의 표명문에서 유 관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반성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분들, 박물관 직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동시에 박물관 연구직들이 준비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의 의의가 이 사건으로 인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심경도 전했다.

유 관장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널리 알려진 미술사학자로, 영남대와 명지대 교수를 거쳐 문화재청 청장을 역임한 문화계의 거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역대 최고령으로 임명되어 약 15개월간 재직해왔다. 그는 사의 표명문에서 '비록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영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사건은 국가 문화기관의 운영 투명성과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전시 과정에서 더욱 엄격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 관장의 사의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로운 지도부 아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