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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남 도심 연쇄 방화로 19명 피해… 난간에 매달려 구조 요청

특허 출원 불만을 품은 77세 남성이 강남 역삼동의 두 특허법인 건물에 연쇄 방화를 일으켜 19명이 피해를 입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성을 포함해 5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직원들이 난간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20일 오전 11시 54분부터 낮 12시 1분 사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두 건물의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특허 출원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77세 남성이 인화성 물질을 들고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 침입해 불을 질렀고, 이 화재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총 19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중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변리사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호흡을 되찾았으며, 50대 남성은 심한 화상을 입어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건은 점심시간 앞 업무가 한창인 시간대에 발생해 많은 직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사건은 두 건물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용의자 이 씨는 오전 11시 이전에 서울 강서구 거주지에서 인화성 물질이 든 통을 챙긴 후 신명빌딩에 진입했다. 건물 폐쇄회로 카메라에는 그가 기름통을 들고 건물 내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첫 화재는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신명빌딩 3층의 특허법인 사무실에서 신고됐고, 불과 7분 뒤 190미터 떨어진 지하 2층, 지상 10층짜리 한양빌딩 4층의 또 다른 특허법인 사무실에서도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용의자는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범행을 3일 전부터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단순한 충동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였음을 시사한다.

화재 당시 건물 내 상황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한양빌딩에 있던 직원은 "탕비실 쪽에서 폭발하듯 연기가 확 올라왔고, 몇 초 만에 검은 연기가 퍼졌다"며 "입구 쪽은 연기가 너무 많아 창문을 깨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무실 입구까지 불이 번져 그쪽으로는 나갈 수 없어 10~12명이 유리창을 깨고 바깥 화단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불길과 연기가 순식간에 사무실을 집어삼키면서 많은 직원들이 깨진 유리창으로 탈출하다 베이는 피해를 입었다. 신명빌딩에서는 건물 난간에 매달려 손을 내밀며 "사람이 있다"고 구조를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었고,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소방대원이 설치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사람도 있었다. 한 직원은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고 밖을 살피며 탈출했을 정도로 상황이 절박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건물 내부에 그치지 않았다. 연기는 주변 상가로도 번져 100미터 떨어진 식당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 식당 종업원은 "가게 안으로 자꾸 연기가 들어와 손님들이 식사하다 말고 나갔다"고 전했다. 두 건물 사이의 역삼로 일대는 화재 진화 활동으로 한동안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91명과 소방차 등 장비 56대를 투입했으며, 현장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비했다. 한양빌딩의 불은 신고 34분 만인 낮 12시 35분경에 꺼졌고, 신명빌딩의 불은 2시간 26분 만인 오후 2시 20분경에 진압됐다. 신명빌딩에서는 60여 명이 스스로 대피했으며, 한양빌딩에서는 3명이 호흡곤란 등의 중상을, 5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용의자가 특허 출원 과정에서의 불만을 이유로 특정 업체가 아닌 다른 특허법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수사와 함께 두 건물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는 건물의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