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장 개인 소장품 전시 논란, '중대한 착오' 인정하며 사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출처를 은폐한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중대한 착오'라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자진 사퇴 요구는 거절했으며, 문화계에서는 공직자 윤리와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박물관에 전시한 논란을 두고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사과했다. 유 관장은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를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으로 오인해 전시하고, 해당 유물이 본인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점을 인정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 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머리를 숙인 그는 "그 어떤 학술적 취지나 설명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실망감 앞에서는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관장이 구체적으로 설명한 구매 과정은 자신의 안목으로만 의존한 '셀프 검증'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아이옥션의 장터마트에서 1만원부터 시작하는 이벤트에서 해당 작품을 발견했다고 했다. 유 관장은 "박덕원이라고 표기된 작품을 직접 보고 이것이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정정을 요청했으며, 애국지사 박원근이라고 판정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소장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30만원을 제시했으나 5만원에 낙찰된 이 작품은 유 관장 본인의 미술사적 판단만을 거쳐 박물관에 출품되었던 것이다.
다만 유 관장은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거절의 뜻을 명확히 했다. "전시 기획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출품했고, 전시가 끝나면 기증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제 속마음에는 순수한 동기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유물 출품 시 작성한 동의서에 '대(代)' 자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어서 제 뜻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민과 애국지사 박원근, 박원근의 유족, 박물관 직원들에게 각각 사과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으나, 직책 유지 의지는 여전했다.
문화계와 학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으로서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미술계 관계자는 "관장이 직접 추천한 작품을 실무자들이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건은 이해충돌의 문제이며, 작품 자체도 전시에 걸 만큼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는 국제적 사례를 언급하며 "프랑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불법 이득 취득을 법률로 규율하고, 영국은 작품 출품 과정에서 윤리 기준을 위반하면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박물관에 대한 공적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관장이 소장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주저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투명성 부족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물관의 신뢰성은 전시 유물의 진정성과 학예 활동의 객관성에 달려 있는데, 관장급 인물이 개인 소장품을 검증 과정 없이 전시하고 출처를 은폐한 행위는 기관의 기본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국립박물관 같은 공공기관에서 공직자의 윤리 기준과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