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대러 수출통제 1년간 '0건' 추가…미국 통제품목 56% 누락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이 단 한 건도 추가되지 않았으며, 미국 통제 품목의 56%가 한국 목록에 누락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유 등 에너지 제품과 드론, 자동차 부품 등 핵심 물자들이 제외되어 우회 수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대상 품목이 단 한 건도 추가되거나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안보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대러시아 상황허가 대상품목은 1402개로 유지되고 있으며 추가·변경된 품목이 '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제사회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흐름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한국의 국제 공조 기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과의 통제 목록 격차다. 최 의원실이 한미 대러 통제 목록을 동일한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대조한 결과, 미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수출 시 허가 대상으로 관리하는 2653개 품목 중 56%에 해당하는 1496개가 한국의 상황허가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목록과 겹치는 품목은 1157개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 대비 절반 이상의 전략물자를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우회 수출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누락된 품목들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과 직결된 핵심 물자들이다.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원유, 경유, 휘발유, LNG, LPG, 석탄 등 에너지 관련 품목들이 한국의 통제 목록에서 빠져 있다. 또한 2000cc 이하 내연기관 승용차와 주요 자동차 부품, 드론, 항공기, 선박 등도 미국은 통제하지만 한국은 제외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국제 사회의 제재 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상황허가는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특정 국가에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유 등 석유 정제제품의 경우 국내 항만이나 해역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어도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상황허가 대상품목은 국내에서 경유·환적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석유 정제제품이 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는 한국 항구를 통한 우회 수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로, 국제 제재 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은 러시아의 우회 수출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 품목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수진 의원은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이 철저히 통제 중인 핵심 산업재와 민·군 전용 가능 품목들이 우리 고시 목록에서 대거 누락돼 있다"며 "대북 제재와 대미 통상·안보 동맹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는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57개 품목으로 대러 상황허가를 시작한 뒤 2023년 798개, 2024년 2월 1159개로 대상을 확대했고, 2024년 9월 금속절삭가공기계와 공작기계 부품 등 243개를 추가해 1402개로 늘린 것이 마지막 개정이다. 이는 거의 1년 전의 조치로, 국제 제재의 강화 추세와 현저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