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사회

테라노스 사기극, 언론도 속였다…'혁신' 신화의 함정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사기 사건을 회상한 와이어드 매거진 기사는 언론이 얼마나 쉽게 혁신의 신화에 현혹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4년 와이어드의 긍정적 보도 이후 주요 언론들의 열광적 보도가 이어졌지만, 충분한 검증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엘리자베스 홈스는 역사상 가장 젊은 여성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아이폰, 테슬라, 에어비앤비 같은 혁신 기업들의 성공으로 들뜬 분위기였고, 테라노스는 이러한 기술 낙관주의의 정점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혈액검사 시장의 혁신을 약속한 테라노스와 그 창업자 홈스는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기술 산업 매체 와이어드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정량화된 자아' 개념을 처음 제시한 매체였기에, 테라노스의 비전은 와이어드의 편집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2014년 3월 와이어드 매거진에 실린 케이틀린 로퍼 편집자의 인터뷰 기사 '한 방울, 무한한 데이터: 엘리자베스 홈스가 만든 더 나은 혈액검사'는 테라노스를 대중에게 알린 영향력 있는 보도였다. 로퍼는 당시 여성 창업자에 대한 관심과 의료 산업의 투명성 증대, 검사 비용 절감이라는 테라노스의 명분에 끌렸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당시 개인적으로 잦은 혈액검사를 받고 있었고, 이 혁신 기술이 환자들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잡지사 내부에서는 '기획 승인, 형식 미정'이라는 신호를 받았고, 로퍼는 홈스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와이어드 편집부 내에서도 의구심의 신호가 있었다. 로퍼가 회상한 바에 따르면, 편집자들이 테라노스의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사회에는 군 관계자와 정부 관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의료 기술 회사로서는 매우 비정상적인 구성이었다. 회사는 동료 검증을 거친 학술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고, 회사 내부의 비리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떠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진은 이것이 충분히 보도할 가치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와이어드는 과거 과학 관련 주장에 대해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지만, 혁신과 미래 기술을 다루는 것이 잡지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를 둘러싼 언론의 열광은 와이어드의 기사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포천은 홈스를 표지에 실었고, 뉴요커는 그녀에 대한 프로필을 게재했다. 2015년 10월 인크 매거진은 홈스를 '차기 스티브 잡스'라고 부르며 표지 인물로 삼았다. 같은 달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존 캐리우는 '테라노스, 혈액검사에서 어려움을 겪다'라는 겸손해 보이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테라노스의 신화를 송두리째 흔드는 폭로였다. 고속 정확한 혈액검사는 허구였고, 혁신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주요 파트너였던 월그린스는 테라노스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테라노스는 대규모 사기 사건이었던 것이다.

테라노스 사건은 언론과 기술 산업이 얼마나 쉽게 혁신의 신화에 현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와이어드를 포함한 주요 매체들이 충분한 검증 없이 홈스의 비전을 받아들였던 것은, 2010년대 중반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반영한다. 여성 창업자에 대한 관심, 의료 산업 개혁의 필요성,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들이 겹쳐지면서, 편집진의 비판적 질문은 후퇴했다. 로퍼는 당시를 회상하며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위험 신호들을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테라노스 사건 이후 홈스는 결국 투옥되었고,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기 직전의 몇 주를 추적한다.

이 사건은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과 혁신에 대한 낙관주의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비판적 검증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와이어드 같은 기술 매체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다루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공중 신뢰를 손상시킨다. 테라노스 사건은 단순히 한 사기꾼의 이야기가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충분한 질문을 하지 않은 언론과 투자자, 그리고 기술 산업 전체의 책임을 묻는 사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