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국악대회 4건 중 1건서 심사위원 이해관계 회피…공정성 논란
정부 지원 국악 경연대회 심사에서 4건 중 1건꼴로 이해관계로 인한 심사 회피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사위원 공개도 비식별화 처리되어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소리 관련 대회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시상에 관여하는 국악·전통예술 경연대회의 심사 과정에서 이해관계로 인한 심사 회피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결과보고가 완료된 53개 대회의 전체 심사위원 명단 1191건 중 제척·기피가 표시된 건이 295건으로 전체의 24.8%에 달했다. 이는 심사위원이 경연대회 참가자와 사제지간이거나 가족 관계에 해당할 때 심사를 포기하는 제척·기피 규정이 적용된 것인데, 4건 중 거의 1건이 이해관계로 인해 심사 회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높은 회피율은 국악 경연대회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내는 지표로 지적되고 있다.
대회별로 편차가 큰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53개 대회 중 심사위원 절반 이상이 1번이라도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 심사 회피를 했던 대회는 12개였던 반면, 회피가 한 건도 없었던 대회는 9개에 불과했다. 이는 대회마다 이해관계 관리 수준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달 경남 의령에서 치러진 경연대회에서는 심사위원 7명 중 6명이 심사 기피를 했고, 8월 전북 정읍에서 치러진 경연대회에서는 심사위원 12명 중 9명이 1회 이상 심사 기피를 했다. 이처럼 심사 기피율이 높다는 것은 이해관계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내며, 결과적으로 '짬짜미'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음악 장르별로 분석하면 소리 관련 경연대회에서 이해관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 관련 8개 대회에서 심사위원 명단 117건 중 50건에서 심사 회피가 표시돼 42.7%의 회피율을 보였다. 국악 관련 대회 28개의 경우 심사위원 명단 715건 중 192건(26.9%)에서 회피가 나타났고, 악기 대회 9개의 심사위원 116건 중 29건(25.0%)에서 회피가 나타났다. 이는 소리 장르의 전승 과정에서 사제관계가 매우 긴밀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가 주최·주관하거나 정부 이름으로 시상하는 경연대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 기준과 기록관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심사위원 명단을 한 글자 비식별화 처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사기업이 주최하는 전국 규모 국악 경연대회는 부문별·분야별 심사위원 명단과 참가자별 점수, 심사평과 예선 심사위원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 대회는 1985년부터 시작된 병무청 지정 예술체육요원 편입인정(병역특례) 국내 경연대회 중 하나로, 민간 대회가 오히려 더 투명한 심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정부 지원 대회의 투명성 문제를 부각시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 기준 미달 대회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훈격 격하된 경연대회가 2건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훈격 격하 9건과 시상지원 취소 9건 등 총 18건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다만 최민희 의원은 이러한 사후 조치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악 경연대회는 젊은 국악인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꿈을 키우는 중요한 무대"라며 "정부가 공정성 강화를 위해 기준을 보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심사위원 이해관계 사전 확인과 대체 심사위원 확보 등 구체적인 기준을 더욱 촘촘히 마련해 참가자들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