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신임 대변인, 닷새 만에 경질…'화장실 외교전' 촉발
미국 백악관의 신임 대변인 케이티 재커라이어가 공식 업무 닷새 만에 경질됐다. 그는 중국의 화장실 수준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미중 외교 분쟁을 촉발했으며,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서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한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미국 백악관의 신임 대변인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불과 닷새 만에 경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케이티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15일 보수 성향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화장실 수준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고, 이는 미중 간 예상치 못한 외교 분쟁으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백악관 인사의 준비 부족과 검증 절차의 허점을 드러냈다.
재커라이어는 인터뷰에서 2016년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으로 돌아왔을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며 비판적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모두가 미국의 황금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중국에서 막 돌아온 참이라 생생하게 기억한다. 중국이 어떻게 차세대 강대국이 될 수 있지? 그들은 제대로 된 화장실조차 없는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미국의 강대국 지위를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재커라이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베이징의 대형 법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중국 현지 상황에 대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신속하게 이에 대응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회가 된다면 그가 중국에 더 자주 와서 보기를 환영한다"고 답변했다. 중국의 화장실 수준에 대한 평가를 길게 반박하는 대신, 직접 방문해 확인하라는 취지의 외교적 응수로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이 화장실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이른바 '화장실 혁명'을 추진해왔다. 관광지 화장실이 부족하고 불결해 관광산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7년 10월 말까지 전국 주요 관광지 화장실 약 6만8000곳을 새로 짓거나 개보수했으며, 사업을 도시와 농촌으로까지 확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2017년 "화장실 문제는 작은 일이 아니다"라며 시설 개선을 강조한 바 있다. 재커라이어가 중국을 떠나는 시점을 전후해 중국 정부가 화장실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삼았던 만큼, 그의 발언은 중국 정부의 노력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화장실 공방은 미중 양국의 외교 기조와 배치되는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었으며, 지난달 워싱턴에서 시 주석을 이례적으로 따뜻하게 대했다. 그런데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이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미국의 주요 외신들도 재커라이어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중 기조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백악관 내 정책 방향과 인사의 발언이 얼마나 불일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재커라이어는 결국 취임 닷새 만에 해임됐다. 그의 경질 사유는 여러 가지였다. 첫 공식 브리핑에서 기자 3명의 질문만 받고 퇴장하는 등 준비 부족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서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공식 경력 기록에 대한 허위 표시로, 공직자의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라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대변인직을 재고하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백악관의 인사 검증 절차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실패를 넘어 미중 외교 관계와 백악관 인사 체계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화장실을 둘러싼 외교 공방은 국제 관계에서 얼마나 사소한 발언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공직자의 자격 검증과 정책 일관성 유지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재확인하게 했다. 향후 백악관은 대변인 선임에 있어 더욱 신중한 검증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