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대비 체계 무너진 서울시-자치구, 3년 연속 최하등급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화학사고 대비 체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은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10건의 화학사고 중 주민에게 알린 재난문자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생활 밀접 지역에서의 화학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나 대응 체계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가이드와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 안전을 위한 대비 체계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실이 화학물질안전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2024년에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0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1월부터 6월)에만 4건이 발생했다. 세탁소에서 불산 혼합 약품이 새어나와 시민 3명이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대학 공학관에서 황산이 누출돼 4명이 치료받는 등 생활 밀접 지역에서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들 중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린 재난문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화학사고 대응 체계의 부재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25일 서울 강동구 구립 수영장에서 염소가스 사고로 2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구청이 사고를 인지하고 확인에 나선 것은 18시간이나 지난 다음 날이었다. 강동구는 사고 다음 날 소방당국과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합동 점검을 실시한 후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초기 대응 시간을 낭비한 것은 분명하다. 화학물질은 색이나 냄새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질 수 있어, 신속한 정보 전달이 생명인데도 현재의 체계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시와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정부의 화학사고 대비 수준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다는 점이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지역 화학사고 대비체계 활성도 평가'에서 서울시와 25개 구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이 평가는 기후부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주민 대피, 비상 연락 체계, 사고 훈련 등 지자체별 대응체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시는 78개 평가 항목에서 총 23.5점을 받아 40점 미만의 D등급에 해당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12.5점으로 계속 최하등급을 유지했다. 25개 자치구의 평균 점수도 2023년 10.7점, 2024년 14.7점, 2025년 19.6점에 그쳐 D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기후부의 전국 광역단체 평가 결과를 보면 인천과 경기도는 A등급을 받았으나, D등급은 서울과 제주만 받아 서울의 대비 체계가 전국에서도 가장 취약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화학사고가 발생해도 주민들에게 알릴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정립되지 않아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데이터 공유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10건의 화학사고 중 재난문자로 주민들에게 안내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재난문자 발송 기준 자체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강동구 재난안전과는 대피명령이나 테러 의심 상황에서는 기후부가 1차로 재난문자를 보내고 자치구는 송출판단회의를 거쳐 보낸다고 설명했지만, 기후부 화학사고 대응 담당자는 우리도 보낼 수 있지만 지역의 재난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보내는 게 맞다고 말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는 화학사고 발생 시 누가 주민들에게 경보를 내릴 책임이 있는지 불명확한 행정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문제는 화학사고가 생활 밀접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35건 중 30건(86%)이 대학, 중고교, 수영장, 세탁소 등 인구가 밀집한 지역과 가까운 장소에서 일어났다. 이는 화학사고가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윤경 한국행정연구원 재난안전연구실장은 기후부가 지자체에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선제적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는 서울은 화학공장이 있는 지방과 사정이 다르다며 대응 계획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3년 연속 최하등급 평가는 현실적인 대비 체계의 부재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