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순직 직후 드러난 경기도 34억 소방예산 삭감 논란
경기도 부천 금속 공장 화재에서 순직한 소방관 김진석 위의 죽음이 경기도의 소방 예산 삭감 문제를 드러냈다. 경기도는 노후 소방차 교체비 등 총 34억5000만원의 소방 예산을 삭감했으며, 추미애 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치권 논란으로 확산됐다.
경기도 부천의 금속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죽음이 경기도의 소방 예산 삭감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 16일 화재 진화 작업 중 중태에 빠진 김진석 소방위(44)는 다음 날 새벽 숨을 거뒀다. 퇴근을 20여 분 앞두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그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섯 살 딸을 둔 가장이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시민과 동료 소방관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고, 이재명 대통령도 17일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정부는 김 소방위를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며 그의 헌신을 기렸다.
소방관의 순직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미애 경기지사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추 지사는 17일 빈소를 찾아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 문제를 설명하다 나온 말실수"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는 후속 발언으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일부 소방관들은 "사진 찍으려고 왔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더욱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경기도의 소방 예산 삭감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8월 도의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총 34억5000만원에 달하는 소방 관련 예산을 감액했다. 구체적으로는 노후 소방차 교체 예산 26억5000만원, 전문구급장비 보강 예산 4억원, 구조장비 보강 예산 3억원,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 1억원 등이 삭감됐다. 이는 소방관들의 안전과 장비 현대화를 위한 핵심 예산들로, 현장 소방관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직결되는 항목들이었다. 소방차 교체 예산이 가장 큰 규모로 삭감된 것은 노후 장비로 인한 현장 대응 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논란은 여야 정치권으로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권리당원은 추 지사의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앞으로 당 소속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추 지사는 12억 관사에 들어가고 새 차를 샀다"며 "진짜 재정 빨대는 추미애 본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는 지사의 개인 재정 운용과 소방 예산 삭감을 연결하며 비판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18일 경찰은 금속 공장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현재 금속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이 붙어 불이 났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인 상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산업 안전 사고를 넘어 경기도의 소방 정책과 예산 운영,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소방관의 순직이 단순히 개별 사건이 아니라 체계적인 안전 인프라 부족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소방 예산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