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순직 반복되는 이유···현장 정보 부재와 지휘 역량 부족
경기 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무리한 투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정보 부재와 지휘 역량 부족, 인력 부족 등 소방 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반복적인 순직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 부천의 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사건이 소방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16일 발생한 이 화재에서 부천소방서 소속 김진석 소방위가 목숨을 잃었고, 다른 대원 1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4명이 열탈진 증상을 보였다. 특히 현장에 구조 대상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소방대원들의 무리한 투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건물 내부에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대원들을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유족도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장 소방관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필요 이상의 위험에 소방대원을 노출시킨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정용우 위원장은 "안에 구조 대상자가 없었던 만큼 외부 방수로도 진압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소방 내부에서도 무리하게 진입할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안전전문가협회 이송규 회장도 "휘발유나 시너 등 위험 물질이 있으면 섣불리 진입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부 위험 물질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원 투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2년 경력의 현직 소방위는 "공기호흡기를 차고 화재를 진압하면 통상 10~20분 뒤에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소방대원 4명이 열탈진으로 병원에 갈 정도였다면 교대 인력이 부족해 불길 속에 20분 넘게 오래 버티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방 현장의 인력 부족과 지역별 편차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소방위는 "경기도는 화재 진압이 가장 힘든 지역"이라며 "화재 규모가 크고 위험한 데다 인구 밀도도 높은데, 소방 인력은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부천 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소방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방대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반복적인 순직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순직을 예방하기 위해 현장 정보 체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우 위원장은 "지휘관이 위험 요소를 판단할 수 있도록 화재 건물의 위험 물질과 위치를 출동 중에 통보해 주는 시스템 구축과 소방 특화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송규 회장은 "위험물 종류별로 구조 매뉴얼을 수립하고 상황별 위험 요인에 맞춰 안전 관리와 예방 체계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지휘관의 오판으로 소방대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휘 역량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몇 년간 소방관 순직 사건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2024년 문경 공장 화재, 지난 4월 완도 냉동창고 화재 등에서 소방관들이 순직했다. 이번 부천 화재도 같은 맥락에서 반복되는 비극이다. 화재 조사 감식 전문가는 "인화 물질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인지했는지, 담당 소방서가 건물 도면이나 최초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쥐고 투입했는지 등 조사가 끝나야 무리한 투입이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소방 현장의 체계적 개선이 뒤따라야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