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공장 화재, 세척액 세척 중 스파크 발화…소방관 1명 순직
경기 부천의 금속부품 도장공장 화재는 제품 세척 중 발생한 스파크가 인화성 세척액을 점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관 1명이 순직하고 7명이 다쳤으며, 공장의 부실한 안전 관리가 참사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제품 세척 작업 중 발생한 스파크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경 부천 오정구 내동의 5층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소방위 김진석 소방관이 순직했으며,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 등 총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으며, 초기 조사 결과는 인화성 물질의 부주의한 관리가 참사를 초래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공장 업체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는 제품 세척 작업 중에 발생했다. 당시 직원들은 인화성 세척액에 금속 제품을 담가 수작업으로 세척하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끼리 부딪치며 스파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업체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척액에 제품을 넣고 수작업으로 세척하는 방식이었는데, 작업 중 제품끼리 부딪쳐 스파크가 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세척액은 인화성 물질로 분류되며, 공장 내에는 이러한 세척액 외에도 석유류, 페인트, 도료 등이 담긴 용기 약 100개가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과학수사팀은 화재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시너에 포함된 톨루엔 성분이 기화하면서 형성된 유증기에 마찰열이나 정전기로 인한 스파크가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효성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금속을 세척한 뒤 옮겨 싣는 과정에서 유증기에 정전기나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감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시너와 페인트통 중 일부가 뚜껑이 열린 상태였던 점도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장의 안전 관리 체계가 극히 미흡했다는 점이다. 인화성 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방폭 장비나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과학수사대장은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임에도 방폭 장비나 시설은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업체 대표는 "세척용 액체가 있고 도장 작업을 할 때 페인트와 희석제(시너) 등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이러한 위험물에 대한 적절한 안전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향후 산업안전 관리 감시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과학수사팀 등 33명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하여 화재 원인, 안전 기준 위반 여부, 업체의 관리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중이다. 수사팀은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하며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적 참사일 뿐 아니라,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향후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강화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