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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 대상 없는데 무리 투입된 소방관···지휘 판단 미흡 지적

경기 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사건에서 유족과 노조가 지휘부의 판단 미흡을 지적했다. 공장 내부에 구조할 사람이 없었음에도 소방관들이 초기에 투입되다 사고가 발생했으며,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부천의 금속부품 도장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사건을 둘러싸고 지휘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발생한 이 화재로 현장에 투입된 소방위 김진석 씨가 결국 숨을 거뒀고, 다른 소방관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족과 노조는 공장 내부에 구조할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이 초기에 무리하게 투입됐다며,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부천 오정구 내동의 지상 5층 건물 3층에 위치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4명 중 2명은 긴급히 대피했지만 김 소방위를 포함한 2명은 급격히 확산된 불길을 피하지 못해 내부에 고립됐다. 뒤늦게 구조된 나머지 소방관 1명도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할 당시 공장 안에는 이미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장 직원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였으며, 내부에는 인화성 물질이 다량 보관돼 있었고 큰 불길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제4류 위험물 중 제2석유류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 용기 180여 통이 발견됐다.

김 소방위의 유족은 현장 지휘부의 판단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이 언론에 공개한 메모에는 "내부에 대원들을 투입할 당시 이미 공장 직원이 모두 대피했다는 말을 들었다. 지휘자의 대응 부족으로 젊은 대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족은 17일 빈소를 찾은 추미애 경기지사에게도 이러한 문제를 강하게 항의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안전을 위해서 대책을 강구해달라"며 "이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죽고 나서 요란하게 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일터에 나가고 퇴근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결코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2024년 1월 경북 문경시의 냉동식품 제조 공장 화재에서도 현장에 구조 대상이 없었음에도 지휘부가 내부진입을 지시해 구조대원 2명이 순직했다. 당시 공장 관계자가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지휘부는 구조 대상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원들을 투입했고, 결국 빈 공장 안에서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2명의 대원이 고립돼 숨졌다. 2022년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와 2021년 울산 상가건물 화재에서도 사람이 없는 곳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반복되는 비극은 현장 지휘 체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소방노조 김길중 위원장은 현장 지휘의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그는 "인명구조를 위한 초기 진입은 불가피하지만, 소방대원이 현장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안전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고에 대해 "대원들이 약 20분간 내부에서 화재진압을 하다 급격한 연소 확대로 중상을 입었는데, 이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위험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장 대원들은 공기호흡기 면체 착용으로 시야가 제한되고 지휘관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지휘관은 진입·철수 여부를 적시에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장 지휘관이 단순히 초기 투입 결정뿐만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른 철수 판단도 제때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의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을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과학수사팀을 포함한 33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했으며, 전날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 총 23명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전담팀은 시너 내 톨루엔 성분이 기화하면서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나 미세전기,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수사를 통해 화재의 물리적 원인뿐만 아니라 현장 지휘 과정에서의 판단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도 함께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소방관을 투입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현장 지휘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