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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퇴근 20분 앞두고 출동한 소방관, 화재 현장에서 순직…'지휘 부재'가 빚은 참사

경기도 부천시 금속부품 공장 화재로 11년 경력의 소방위 김진석씨가 순직했다. 퇴근 20분을 남기고 현장에 출동한 그는 27분간 고립된 끝에 발견됐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유족들은 지휘부의 상황 판단 부재와 현장 통제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며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금속부품 도장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피해자가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 딸을 둔 가장이었다는 점이다. 고(故) 김진석 소방위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불과 20분 남겨두고 있던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 화재 신고를 받고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11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었던 그는 선착대로 도착해 건물 3층으로 진입했지만, 급격히 번지는 불길에 동료 1명과 함께 건물 내부에 고립되고 말았다.

동료 소방관은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김 소방위는 그보다 약 5미터 더 깊숙한 곳에서 27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당시 그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발견 당시 김 소방위의 방독면이 벗겨져 있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들은 삼중 잠금장치가 있어 웬만해서는 벗겨지지 않는 방독면이 열기에 녹아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구조가 지연된 27분간 김 소방위는 유독가스를 고스란히 마셔야만 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그의 상태는 참혹했으며, 의료진은 호흡이 돌아오더라도 식물인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유족들은 현장 대응의 적절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구조 상황과 의문점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공개하며 지휘부의 결정을 질문했다. 그는 "공장 작업자들은 이미 모두 밖으로 대피해 추가 인명 구조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는데, 최소한의 상황 파악조차 없이 퇴근 직전의 대원을 사지로 보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즉각 철수시키거나 추가 인력을 투입했어야 마땅하다"며 "결국 지휘부의 오판과 현장 통제 시스템 부재가 빚어낸 참사"라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비통함을 넘어 소방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께 발생한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 사출 인쇄공장 화재는 약 2시간 28분 만에 진화됐다. 김 소방위의 순직 외에도 40대 소방대원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을 보였다. 공장 관계자 2명도 연기 흡입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모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화재는 단순한 산업 재해를 넘어 소방 안전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 되었다.

유족들의 호소는 절절하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국가는 늘 골든타임을 강조하지만 정작 내 사위는 구조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이런 헛된 희생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안전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어린 딸과 어린이집 보조교사인 아내, 그리고 불과 2주 뒤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할 예정이었던 가족 계획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이번 사건은 소방 현장의 지휘 체계, 상황 판단, 그리고 대원 안전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