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가 급등에 대러 제재 면제…정치권 '푸틴 굴복' 비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국에 대한 고율 관세 등 대러 제재를 면제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며, 미국 정치권에서 러시아 전쟁 자금 조달 우려와 함께 푸틴에 대한 '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주요 수입국에 대한 고율 관세 등 추가 제재를 시행 직전에 면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권자들의 불만으로 작용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 정치권에서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직접 충돌하면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 1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달 제정된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에 따른 주요 제재와 관세의 적용을 면제했다. 이 법안에는 러시아산 원유나 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상위 5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해당 제재는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현시점에서 이러한 면제 조치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확인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미국 의회가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한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면제 결정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공급 합의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30만톤 이상을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경유 공급 합의는 국제 유가를 낮춤으로써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가 상승은 중간선거를 앞둔 집권 세력에 불리한 정치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정치적 우선순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또다시 푸틴에게 굴복한 것은 우크라이나 협력국들을 다시 한번 배신하는 것이자, 러시아의 불법 침략전쟁에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된 법률에 담긴 의회의 명확한 입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선 러시아산 경유 공급 합의에 대해서도 공화당 일부 의원을 포함한 미 상원의원들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라는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제 제재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와 국내 정치 상황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에너지 가격 안정화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경제 지표이지만, 이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의회가 입법한 제재법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면제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과 의회의 입법권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 정치권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러 관계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