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수십 통 방치된 부천 공장서 화재…유증 발화 가능성 높아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시너 수십 통과 페인트통 수백 개가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금속 세척 작업 중 발생한 시너 유증이 정전기나 마찰로 인한 불꽃에 점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소규모 공장의 부실한 안전 시설이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지적된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인 시너가 대량으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17일 실시한 합동감식 결과, 화재 발생 지점 인근에서 시너 깡통 수십 개와 페인트통 수백 개가 발견됐으며, 이들 물질이 화재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사망하고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 등 총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 김효성은 합동감식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화재가 난 공간을 감식한 결과 시너를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회수된 시너는 일부는 개방된 상태로, 일부는 사용한 것으로, 일부는 새것으로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금속 세척 작업에 사용되는 시너와 페인트통이 보관된 장소 사이의 거리는 1~2미터에 불과해 화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날 합동감식에는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에서 23명이 투입되어 5층짜리 공장 건물의 3층 화재 현장을 정밀 조사했다.
수사 당국은 금속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이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시너에 포함된 톨루엔 성분이 증발하면서 발생한 증기가 정전기나 미세한 전기 방전, 마찰로 인한 불꽃에 의해 점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김 대장은 "시너는 액체 상태에서도 위험하지만 증기 상태에서도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을 세척한 뒤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나 기계적 마찰이 시너 증기에 점화되면서 급속도로 화재가 확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팀은 현장에서 회수한 세척통 내의 시너 용액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장의 안전 시설 부족이다. 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작업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방폭 장비나 관련 안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장은 "현장이 큰 공장이 아니라 사무실 한 채 정도 규모로 넓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업체임에도 방폭 장비나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화재는 전날 오전 8시 38분경 공장 건물 3층에서 발생해 2시간 28분 만인 오전 11시 6분에 완전히 진화됐다. 최초 진압에 투입된 40대 소방관 1명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고립된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소규모 제조업체의 위험물 관리 실태와 안전 시설 미흡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관련 당국의 점검과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