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데이터 354만건 10개월 단절… 응급병상 정보 마비 사태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심평원의 외부 기관 연계 데이터 354만여 건이 끊겨 10개월간 복구되지 못했다. 응급병상 정보와 감염병 위험국 여행 이력 조회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정보들이 장시간 마비되었으며, 정부 차원의 데이터 연계 복구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로 인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외부 기관 간에 오가야 할 의료 데이터 354만여 건이 끊겨, 완전히 복구되는 데 10개월이나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 기간 동안 심평원 시스템과 외부 기관 사이에 연계되지 못한 자료는 354만4천973건에 달했으며, 이들 정보의 완전한 복구는 올해 7월 30일에야 마무리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국민의 응급의료 접근성과 감염병 방역에 직결된 중대한 공백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끊긴 데이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응급병실과 병상 관련 정보였다. 354만4천973건 중 345만9천171건(97.6%)이 응급병상 자료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정보들은 지난해 10월 30일에 기관 간 연계가 복구되었으나, 그 사이 한 달 이상 응급 병상의 실시간 정보가 의료기관과 관련 부처에 제공되지 못했다. 응급병상 정보가 끊기면 환자 이송 결정, 병상 배치, 응급실 운영 등 생명과 직결된 의료 시스템 전반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병상 가용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병 방역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감염병 위험 국가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해외여행력 조회 서비스'는 질병관리청 시스템과의 연계가 끊겨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30일까지 35일간 새로운 정보가 반영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의료진들은 환자가 감염병 위험 지역을 방문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며, 이는 감염병 조기 발견과 격리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빠른 상황에서 35일간의 정보 공백은 방역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기타 의료 데이터의 복구 시간도 각각 달랐다. 의료기관 도로명 주소 정보(2만7천980건)는 지난해 10월 24일에, 치료재료와 의료기기 공급 내용(1만7천494건)은 10월 22일에 각각 복구되어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요양기관 변경 이력(3만5천725건)과 진료 정보교류 참여기관 정보(1천748건)는 올해 7월 30일에야 재동기화가 완료되어, 화재 발생 후 거의 10개월 만에 복구되었다. 이렇게 복구 시간이 들쭉날쭉한 것은 기관별로 재해 복구 계획과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허종식 의원은 "응급 병상 정보 345만건이 한 달 넘게 끊기고, 감염병 위험 국가 여행력 정보가 35일간 멈췄던 일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백"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기관별 재해 복구를 넘어 기관 사이의 데이터 연계를 언제까지 복구할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관의 시스템 복구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의료 데이터의 연계 복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우선순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유사한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의료 정보의 복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