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논문에 AI 사용한 학생, 학계 진출 17% 감소
미국 STEM 분야 박사학위 논문의 30%가 AI로 생성된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학계 진출 가능성이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사 과정의 본질인 독립적 연구 역량 발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 박사학위 논문 중 약 30%가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경제연구기관인 국립경제연구소(NBER)가 2019년 이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제출된 박사학위 논문 초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한 박사 졸업생들은 산업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학계에 남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은 작업 논문이지만, 향후 과학계의 인재 양성과 연구 문화에 중대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
NBER 연구팀은 2019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미국 대학에서 완성된 226,000명 이상의 STEM 분야 박사 졸업생들의 논문을 분석했다. AI 탐지 서비스인 판그램(Pangram)을 사용하여 초록을 검토한 결과, AI가 생성한 텍스트의 사용은 2023년에 처음 나타났으며 급속도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1.7%에 불과했던 AI 생성 텍스트가 2025년에는 18.8%로 증가했고, 2026년 처음 5개월 동안 제출된 논문에서는 29.4%에 달했다. 특히 수학 및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AI 사용이 가장 높아 36%의 초록이 AI를 통해 작성됐다. 흥미롭게도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권 국가에서 교육받은 졸업생들의 약 41%가 AI로 생성된 초록을 제출한 반면, 영어권 국가 출신 졸업생들은 23%에 그쳤다.
AI 활용과 학계 진출 사이의 연관성은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에서 학부 학위를 취득한 박사 졸업생 중 AI로 생성된 초록을 사용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학계 취업 가능성이 17% 낮았다. 반대로 산업계 취업 가능성은 16% 높았다. 이는 AI 활용이 단순히 논문 작성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과학계의 인재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미국 외 지역에서 학부를 마친 졸업생들의 경우 AI 사용과 학계 진출 간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NBER의 경제학자 대니얼 그로스 박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이 절반의 일만 하고 나머지를 AI에 맡긴다면,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정말로 갖추고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공학자 앙 류 박사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AI가 이미 충분한 지식이 축적된 분야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답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해야 하는 박사 연구의 특성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이 불완전하거나 불확실한 영역으로 진입할 때는 엄격한 연구 훈련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고등교육과 과학 연구 커뮤니티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편의성과 학생들의 연구 역량 발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박사 과정의 본질인 독립적인 연구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AI 활용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학과 컴퓨터 과학 같은 기술 분야에서 AI 의존도가 높은 것은 이들 분야의 미래 연구 역량에 대한 잠재적 위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대학과 학계는 AI 활용의 투명성 강화, 학생 교육 방식의 재검토, 그리고 AI 시대에 적합한 연구 훈련 방법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