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인화물질 100통 보관한 공장서 화재…5년간 안전조사 한 번도 없었다
경기 부천시 도장공장 화재로 소방관 6명을 포함해 8명이 부상했으며, 공장 내 허가 없이 보관된 인화물질 100통이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문제는 이 공장이 최근 5년간 공식적인 화재 안전조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6명을 포함해 총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공장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6일 오전 8시 38분경 공장 3층 세척실에서 발생한 불은 급격히 확산하면서 초기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들을 위험에 빠뜨렸고,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소방관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이 공장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석유류 등 제4류 위험물이 담긴 20리터짜리 용기 약 100개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화재 확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으며, "보유 중인 인화 물질이 허가 대상인지 여부는 추후 조사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물이 적절한 허가 절차 없이 장기간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다. 소방 당국이 투입한 인력은 102명, 장비는 50대에 달했으며, 오전 10시 21분경 큰 불길을 잡았고 오전 11시 6분경 완전히 진화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공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천소방서의 기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공장을 대상으로 한 소방 당국의 화재 안전조사는 단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공장 측은 자체점검 결과를 제출해왔을 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공장에서 2021년 1월에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소방 당국은 페인트 훈증기 내부에 쌓인 찌꺼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기적인 안전조사 한 번 없이 방치되었던 것이다.
화재 현장의 안전 대응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민대 소방방재학 이용재 교수는 "신나나 휘발유 같은 유류를 많이 취급하는 곳은 일반 건물보다 화재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경험이 많은 지휘관이라도 현장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에 도착하면 관계자에게 어떤 위험물을 취급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만약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현장 대응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격자들은 "처음에는 검은 연기만 났으나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산업 현장의 화재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공장은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대상 업체였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허가되지 않은 위험물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5년간 공식적인 안전조사를 받지 않은 것은 산업안전 감시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안전조사 부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