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4개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추진…3조원대 투입
정부가 금융위,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44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27개 기관이 민간 임차 공간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17개 기관은 2031년까지 신축 청사 완성 후 이전할 예정이다. 3조원대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공무원 정착과 인력 이탈, 정책 효율성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서울에 집중된 중앙행정기관을 대거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수도권 소재 142개 행정기관을 검토한 결과, 이 중 44개 기관 정원 9929명을 세종 이전 대상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세종으로 이주한 기관 43곳, 1만4731명과 맞먹는 규모로, 정부의 세종 중심 행정체계 전환이 본격화됨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감사원, 경찰청 등 정책 결정과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핵심 부처들이 포함됐다.
이전은 청사 확보 방식에 따라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민간 임차 공간을 활용하는 27개 기관 2995명은 내년부터 이동을 시작한다.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6개 기관 1101명이 옮기고, 하반기에는 금융위와 각 부처 소속 기관 등 19개 기관 787명의 이전을 추진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도 행복도시법 개정을 거쳐 내년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17개 기관 6934명은 신축 청사 완성을 기다려야 한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와 감사원, 경찰청,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형사사법기관은 수사·보안·관제 업무 특성상 독립 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별도 청사를 신축한 뒤 이들을 이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임차 청사 조성·운영과 공무원 이주 지원 등에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독립 청사 건립비는 약 3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할 예정이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이 예정돼 있어, 정부 이전 계획이 이들 시설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 연계기관의 이전은 집무실 완전 이전 시기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정착 문제와 인력 이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 학기 종료 등으로 즉시 이주하기 어려운 직원에게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과거 세종 이전 기관 공무원에게 제공했던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이 2021년 폐지된 만큼 주거비 부담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의 경우 총 420명(금융정보분석원 포함)의 공무원이 이전 대상이지만, 올해 8월까지 금융위·금감원 내 이직자만 47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사나 로펌 등으로의 이직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정책의 효율성 저하도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가 서울을 떠나면서 금융감독원과의 협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실시간 협의가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비롯한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4분기 내 발표될 예정이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직원들의 배치 전환이나 근무 형태 변경이 발생할 경우 노조가 정부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노동쟁의를 벌릴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정부 간 노정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