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추미애, 국감서 여야 집중포화 '판정승'…20여 차례 국감 경험 빛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SNS 활동, 재정위기 선언, 인사 지연 등을 놓고 벌어진 집중포화를 20여 차례 국감 경험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맞아냈다. 의원 시절의 직설화법과는 다른 신중한 태도로 완급을 조절하며 판정승을 거두었다.
6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20차례 이상 국정감사를 거친 베테랑 정치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첫 국감 무대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능숙하게 맞아냈다.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 지사는 취임 100일간의 도정 운영과 최근 논란이 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재정위기 선언의 적절성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신랄한 질의를 받았지만, 조목조목 입장을 개진하며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 시절 '추다르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송곳 같은 질문으로 정부를 압박해왔던 추 지사의 직설화법은 이제 도지사로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고, 때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날 선 질의를 피해가는 등 정치 경험의 깊이가 묻어났다.
야당 의원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추 지사의 SNS 활동이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취임 후 작성된 SNS 게시글 82건 중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비판이 8건, 검찰개혁 등 중앙정치 관련이 14건에 달한다며 구체적 지표를 제시하며 "1400만 도민이 맡긴 살림을 내팽개치고 중앙정치판을 기웃거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서명옥 의원도 중수청장 임명 지연 사태에 대한 추 지사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추 지사는 "주말이나 퇴근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자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을 뿐, 도정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며 "공식 유튜브 등을 통해 도정 현황이 모두 중계되는 만큼 도정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알면서 침묵하는 건 역사적 과오가 되기에 양심에 따라 말했다"며 소신을 꺾지 않았다.
경기도의 재정위기 선언을 둘러싸고도 여야는 팽팽한 대립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경기도의 올해 2분기 채무 비율은 13.71%로 정부 기준 위기 단계가 아니었다"며 "비상선언으로 도민과 당 모두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도 "1000여명의 운명이 달린 인사를 6개월 동안 미루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추 지사의 간부 공무원 인사 지연을 비판했다. 이에 추 지사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민선 7·8기를 거치며 쌓인 채무가 총 7조5000억원에 달하고, 취득세 수입은 급감했다"며 "2028년부터 원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향후 이자를 수조원씩 물어야 하는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각자에 맡기겠다"고 일축했다. 또한 "경기도는 불교부단체인 데다 도로·송전망 등 산업 기반시설 유지와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재정 부담이 크다"며 전임 도정의 구조적 방치를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SNS 글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호의호식 고관대작'을 언급하며 서민 복지예산 삭감을 비판한 글이 추 지사를 겨냥한 저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대통령의 저격이 억울하지 않으냐"고 묻자 추 지사는 "나를 겨냥한 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 역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사치하며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언론의 숱한 오해 속에 사는 건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호화 관사와 관용차 교체 논란에 대해서도 추 지사는 "관사는 전세계약이라 종료 후 반환되고, 관용차는 내구연한이 지나 전임 지사 때 결정된 친환경차로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재정위기를 말하며 12억원대 고액 관사와 고가 관용차를 마련한 건 내로남불"이라고 추궁했으나, 추 지사는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공격을 잠재웠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경기도는 지난 4년간 인구가 30만명 이상 증가했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0만명이나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만7000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과 보육까지 담당해야 할 복지 수요가 막대하다"고 강조하며, 세수가 3조~4조원 줄어든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지방세제 개편과 재정구조 혁신에 위원님들의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인사 지연에 대해서는 "재정위기라는 비상 상황에서 업무의 연속성이 필요해 진단을 마친 내년 1월 이후 도의회 승인을 거쳐 인사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 시절의 맹렬한 공격수에서 도지사로서의 신중한 대응자로 변신한 추 지사의 모습은 정치 경험의 폭과 깊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