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 전자책 의혹, 경찰이 핵심 증거 확보 못 하고 사건 종결
한동훈 의원 딸의 전자책 저작권법 위반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 입증에 필수적인 전자책 실물과 판매 부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국제형사사법공조까지 요청했으나 검찰의 불송부로 증거 수집에 실패했고, 이는 수사의 투명성을 놓고 논란을 낳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딸이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핵심 증거들을 결국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한 의원 딸이 출간한 전자책의 실물 자료, 출판 및 절판일, 판매 부수 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국제형사사법공조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전자책 문항의 표절 여부와 판매의 영리 목적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들 증거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3년 12월 작성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는 "현재 절판 등의 사유로 인해 아마존 사이트에서 해당 전자책의 실물 자료, 판매현황 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은 전자책이 미국 아마존에서 0.99달러로 판매 등록됐던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22년 11월 경찰이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법무부로 넘기지 않고 불송부한 결과였다. 당시 경찰이 국제공조로 어떤 자료를 확보하려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작재산권 침해 혐의의 입증 과정에서 이러한 증거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해하려면 관련 법률을 살펴봐야 한다. 저작재산권 침해죄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전자책이 실제로 얼마나 판매됐는지, 그리고 판매 수익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핵심적인 수사 대상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전자책의 판매 부수와 수익 구조가 영리 목적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결국 영리 목적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결정서에는 "원저작자의 고소가 없고, 전자책 판매가격과 수익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영리 목적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수사 과정에서는 실물 자료와 판매 부수를 표절 여부와 영리 목적 판단에 필수불가결한 자료로 인식하면서 국제공조까지 요청했으나, 정작 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리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러한 수사 과정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2022년 5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2023년 12월 불송치할 때까지 약 20개월 동안 압수수색 영장을 단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반면 고발인들은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 반면, 피고발인 측 조사는 한 의원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차례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수사 방식이 통상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일상적이진 않다"고 답변했다. 이는 이번 수사가 일반적인 경찰 수사 관행과 다르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찰청은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김 직무대행은 "새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의원 딸은 다른 사람이 만든 수학 문제 등을 활용해 전자책을 만든 뒤 아마존에서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 의혹을 넘어 수사의 투명성과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향후 경찰의 재수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