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국 주식거래 53배 급증...레버리지 ETF 조기경고 실패와 겹쳐 논란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직원들의 올해 상반기 주식거래 규모가 작년 대비 53배 증가한 2억742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시 조기 경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신현송 총재의 사과와 맞물려 금융당국의 감시 기능과 직원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직원들의 주식 거래 규모가 1년 사이에 5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은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시 적절한 조기 경고를 하지 못했다는 신현송 총재의 사과와 맞물려 금융당국의 감시 기능과 직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기관의 직원들이 주식 투자를 늘린 시점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금융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국 직원들의 주식 거래 규모는 2억742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520만원과 비교하면 정확히 53배 증가한 규모다. 더욱 주목할 점은 거래 건수 증가 폭보다 거래액이 훨씬 크게 늘어났다는 것인데, 이는 직원들이 단순히 거래 횟수를 늘린 것이 아니라 개별 거래 규모를 크게 키웠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68건에서 224건으로 약 3배 증가했으나, 거래액은 53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만 신고 대상이므로, 실제 거래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국 직원들의 주식 거래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해당 부서 직원들의 주식거래 규모는 총 2억195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 910만원 대비 24배에 달했다. 금융안정국과 금융시장국은 모두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감시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 핵심 부서들이다. 이들 직원이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린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그리고 특정 종목에 집중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할 때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한은의 레버리지 ETF 관련 정책 실패가 있다. 금융안정국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해외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국내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해당 상품 출시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했고, 뒤늦게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특히 메모리 반도체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신현송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충분히 경고하지 못했다. 국민께 송구하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금융 위험을 조기에 경고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 오히려 위험한 상품의 출시를 장려한 셈이다.
이 사건은 금융당국 직원들의 주식거래 관리 체계의 허점을 노출했다. 현재 한은 내규는 금융감독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에 한해서만 주식거래 현황을 신고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안정국의 경우 전체 64명 중 일부만 신고 대상이라는 점도 문제다. 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직원의 주식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특히 정책 결정 전후로 주식거래 패턴에 변화가 있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직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직원에 대한 주식거래 제한이나 금지, 그리고 거래 내역의 주기적 공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은 직원들의 주식거래 증가를 넘어 금융당국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시장 감시와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할 때,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직원들의 주식거래 증가 배경과 구체적인 거래 내역, 그리고 이것이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 미친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회도 이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재산 관리 차원을 넘어 금융정책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관련 규제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