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가 환전상으로 재편성된다…외환 규제의 새로운 경계
정부가 12월 3일부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법적으로 '환전상'의 지위에 두게 된다. 지난 5년간 외환범죄의 80%가 가상자산 관련이었던 만큼, 개정안은 환전상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 송금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시행령의 국경 간 이전 범위 해석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12월 3일부터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법적으로 '환전상'의 지위를 갖게 된다. 정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사업자를 '가상자산이전업자'로 등록하고 그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그동안 외국환거래법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던 가상자산을 공식적으로 외환 질서의 감시 대상으로 편입시킨다는 의미다. 개정안은 단순한 법적 인정을 넘어 환전상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국내 가상자산 산업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이 환전과 송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상반기 기준 국내 환전영업자 1346곳 중 581곳은 외화 매입 실적이 전혀 없었다. 정부는 이러한 환전상들이 실제로는 불법 송금에 가담하고 있다고 보고, 환전상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한편 불법 송금 적발 시 단 한 번의 위반으로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역사적으로 환전과 송금은 원래 한 몸이었다. 중세 이탈리아 환전상들이 금화 대신 환어음을 고안한 이후, 현대의 환치기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원화를 받으면 해외 협력자가 현지 통화를 내주는 방식인데, 마진이 박한 환전상들에게 송금 대행은 늘 큰 유혹이 돼 왔다.
법은 이 유혹을 막기 위해 환전과 송금 사이에 명확한 칸막이를 세워놨다. 환전상은 고객 본인과만 외국통화를 사고팔 수 있고, 국경을 넘는 지급·수령 업무는 원칙적으로 외국환은행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가상자산이 이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원화로 바꿔주는 거래소의 역할은 달러를 매매하는 환전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대만 환치기 조직으로부터 테더를 받고 국내에서 원화를 내준 무등록 환전소 사건에서 이를 외국환은행의 송금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환전상이 가상자산사업자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원화를 받아 중국 계좌로 위안화를 보내주던 환치기 처벌자가 몇 년 뒤 비트코인을 중간 매개체로 하는 같은 방식의 불법 송금으로 다시 기소됐고, 법원은 이를 비트코인이 추가된 환치기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5년간 관세청이 적발한 전체 외환범죄 중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사업자는 그동안 외국환거래법에 등장하지 않았다. 법이 가상자산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처음으로 가상자산의 이름을 외국환거래법에 명시하고 '가상자산이전업자'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다만 '이전업자'라는 명칭에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이 마련한 자리는 실질적으로 환전상의 자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전업자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이용자 본인의 코인을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옮기는 것을 처리하고 그 내역을 보고하는 것뿐이다. 고객의 지시에 따라 해외에서 받은 대가를 국내의 제3자에게 원화로 내주거나, 국내에서 받은 원화를 해외의 제3자에게 코인으로 보내주는 일은 여전히 송금 업무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시행령이 국경 간 이전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 자기 개인지갑으로 코인을 옮겨도 국경 간 이전으로 본다. 정부 감시망을 벗어난 것을 국경을 넘은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보겠다는 해석인데, 이것이 법정에서 어떻게 판단될지 주목된다. 최근 법원은 카지노 환전상 사건에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고시가 덧붙인 확인 의무를 어겼다고 환전상을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시행령이 넓힌 '국경 간 이전'의 범위가 법정에 오를 때, 법원이 같은 잣대를 적용할지 여부가 앞으로의 규제 실효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