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윤석열 방어권 권고에 대국민 사과 의결…3개월 만의 결정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을 권고한 결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의결했다. 인권위 내 진보·보수 위원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으며, 안창호 위원장의 기권 결정 배경에는 인사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한 결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12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을 의결했으며, 이는 지난 7월 10일 해당 안건이 제출된 지 정확히 3개월 만의 결정이다. 이 안건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10일 인권위가 의결한 방어권 보장 권고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담은 것으로, 그간 인권위 내부의 심각한 갈등과 조직 혼란을 야기해온 사안이다.
당시 방어권 보장 권고는 의결되는 순간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인권위가 대통령의 인권만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인권을 외면했다는 지적과 함께 내란 사태에 동조하는 기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인권위 직원들은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의결 당시 발언에서 "인권위가 대통령의 인권을 선택하고 국민의 인권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그 선택으로 인해 인권위는 인권 옹호자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하고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권위가 얼마나 심각한 정당성 위기에 처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의결 과정에서 인권위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진보 성향 인권위원 6명(이숙진·오영근·소라미·조숙현·오완호·김민문정)은 사과 안건에 찬성했지만, 보수 성향 인권위원 4명(김학자·한석훈·강정혜·김용직)은 반대했다. 강정혜 위원은 "사과 안건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결정"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소라미 위원이 "방어권 보장 안건도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반박하며 팽팽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안창호 위원장은 "인권위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폐기하거나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도 "조직 안정화를 통해 인권위가 인권옹호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별도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며 기권했다. 이는 조직 내 심각한 분열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외부 압력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안창호 위원장의 기권 결정 배경에는 인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5급 이상 공직자의 인사는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한데, 대통령실은 지난해 9월 결정된 7명의 인권위 승진 대상자들에 대한 승인을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추가 승진 예정 인원도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빨리 인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사과 안건 통과가 인사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인권위는 조만간 당시 권고에 대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를 담은 결정문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사과문 형태와 발표 방식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 차이가 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결정문과 별도로 사과문을 작성할 것"이며 "인권위원장이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안창호 위원장은 "인권위 차원의 사과문 작성이 가능한지 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면서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결정문으로 종결된 것으로 생각한다. 별도의 사과문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사과 의결이 형식적 합의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권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조직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