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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자들의 도전, 언론의 자유를 다시 쓰다

미국 코넬대 학생 기자들의 성폭력 사건 취재가 주(州) 법 개정으로 이어졌고, 한국의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도 법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실천하고 있다. 학생 언론의 도전이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키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있다.

학생 기자들의 도전, 언론의 자유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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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 전국적인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학내 독립언론 '코넬 데일리 선'의 2년간의 끈질긴 취재 보도가 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발생한 이 사건은 당초 대학 당국이 가해자 2명만 퇴학시키고 나머지에게는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학생 기자들의 지속적인 보도를 통해 피해자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고, 이는 뉴욕 주 전체의 성폭력 법률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학생 기자들은 심지어 학교가 공개하지 않은 가해자 7명의 실명을 명예훼손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으로, 미국 언론 환경에서도 학생 언론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결단이었다.

미국의 학생 언론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단순한 교내 활동을 넘어선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격하는 이들에게 학생 기자들은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시카고대학교의 학생 신문 '시카고 머룬'은 지역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현황을 실시간으로 지도화하여 보도하고 스페인어로도 제공함으로써 취약 계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학생 언론들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가 연방 정권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기 압박에 굴복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수자를 탄압하는 정권의 행태를 파헤친 특종과 기획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 기자들의 활동은 기성 언론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서울 은평구 연신중학교의 학내 매체로 출발한 토끼풀은 학생인권조례 관련 보도로 인해 학교로부터 신문 폐기와 동아리 등록 취소라는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좌절하지 않고 학교 밖으로 나와 여러 중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독립언론으로 거듭났다. 이후 배재고 사태 때 제보를 받아 특종 기사를 작성하는 등 날카로운 보도를 계속해왔다. 토끼풀의 행보는 단순히 학생들의 용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교육 현장에서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들은 올해 초 신문법의 미성년자 발행인·편집인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현행 신문법이 청소년 미디어에 가하는 제약은 심각하다. 토끼풀이 2년간 매달 신문을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발행인·편집인 제한 조항 때문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정식 언론이 받는 우편요금 감면 혜택은 물론, 보도 관련 분쟁 발생 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도 이용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형사 고발이나 손해배상 소송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등록 언론으로는 교육감 선거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 취재마저 법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은 청소년들의 시민의식 발달과 사회 참여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기자 출신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언론의 자유가 유독 청소년 매체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언론단체의 견해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여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청소년 언론의 법적 지위 개선을 향한 첫 번째 신호로 평가된다. 토끼풀과 경남 양산 지역의 청소년 미디어 '새벽누리' 등 학생 매체들이 주목하는 화두는 혐오의 확산과 우경화다. 이들은 어른 세대의 혐오가 재생산되는 과정을 취재하면서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서의 청소년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 출입 기자마저 탄압받는 세상에서 결기를 보여주는 미국 학생 기자들, 입시 지옥에 시달리면서도 공동체를 취재하는 한국 학생 기자들의 활동은 단순한 기특한 젊은이의 행동이 아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론의 자유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그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 없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