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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100조 늘었는데 주가는 뚝…코스피 밸류에이션 '반토막'

코스피 선행 PER이 지난해 10월 11.30배에서 5.11배로 급락하며 절반 이상 하락했다. 기업 실적은 333% 급증했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와 AI 투자 수익성 우려로 주가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적 100조 늘었는데 주가는 뚝…코스피 밸류에이션 '반토막'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국내 증시가 기업 실적의 급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말 대비 주가는 61.3% 상승했지만,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선행주가수익비율(PER)은 같은 기간 54.8% 하락해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극심해지면서 시장 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1.69포인트(3.65%) 하락한 6384.24로 마감했으며, 지난 2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85% 급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634곳의 연결 순이익은 386조6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3%나 급증했다. 반도체 업계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순이익이 119.7% 증가했을 정도다. 다만 두 회사가 전체 순이익의 약 65%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증시가 반도체 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39% 내린 25만500원, 2위 SK하이닉스는 4.28% 하락한 160만5000원에 마감하며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졌다.

선행 PER의 급락은 시장의 미래 전망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8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5.11배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말 11.30배에서 반토막 이상 내려간 수치다. 올해 3월 말 8.18배에서 시작한 선행 PER은 6월 말 7.69배, 7월 말 5.54배로 계속 하락해왔고, 이후 8월 말 5.52배, 9월 말 5.55배를 거쳐 이달 8일 5.11배까지 추가로 내려갔다. 7월 이후 4개월 이상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확정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후행 PER도 11.05배로 2023년 1월 이후 약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이 증시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12일까지 코스피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9월에만 21조591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8조9553억원을 팔아치웠다. 올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약 199조원에 달했으며, 7월 이후 100일간의 누적 순매도 규모만 50조5736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이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으며,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 금리 부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매도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실제 수익 증가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이익의 증가 속도가 향후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시장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37%로 추정되지만, 내년에는 33%, 2028년에는 6.3%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이 현재의 높은 이익 수준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미리 반영한다는 점에서, 높아진 시장 기대치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평가 밸류에이션이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행 PER이 6배 수준으로 회복되면 코스피가 7700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금리와 국제유가 안정, 기업 이익 불확실성 완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