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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갈등, '시민 숙의'로 풀자는 제안 나와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 소송에서 법원이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시민사회단체는 법적 판단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시민 참여형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는 첨예한 역사 해석 갈등을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풀자는 새로운 접근이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갈등이 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 참여를 통한 공론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가 국가철도공단의 동상 철거 청구 소송을 기각한 판결을 내렸지만, 이것이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문제를 포함한 기념사업 전반을 다룰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대구시에 공식 제안했다.

법원은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근거로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이 행정적·법적 판단일 뿐 동상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에서 "법원의 판결은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 사용권과 관리권에 관한 행정적·법적 판단일 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적 공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구경실련은 공론화위원회 설치 제안의 배경으로 갈등의 핵심을 설명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동상 건립 주체와 장소의 적절성 여부, 독재자 미화 및 우상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이라며 "법적 공방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 틀 안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합의 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깊이 있는 토론과 숙고를 통해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찬반 의견은 건립 초기부터 팽팽하게 맞서왔다. 찬성 측인 대구시와 보수진영은 지역 출신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공공장소에 독재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며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경실련이 제안한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시민,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판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상 건립의 적절성, 역사적 평가, 공공장소 이용의 원칙 등 다층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대구시의 결정에 달려 있다. 법원 판결로 동상의 철거 문제는 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첨예한 역사 해석 문제나 사회적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갈등의 경우, 일방적인 판단보다는 시민 참여형 공론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향후 대구시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그리고 이것이 동상 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