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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기판 소재까지 품귀…'칩플레이션' 가속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기판용 특수 유리소재까지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 닛토보가 올해 3분기에만 가격을 30% 인상했음에도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일본과 대만에서 동시 증설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완제품부터 소재까지 전 분야에서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기판 소재까지 품귀…'칩플레이션' 가속화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단순히 칩 자체의 공급난을 넘어 기판, 소재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공급난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판에 필수적인 특수 유리소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칩플레이션'이라 부르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용 특수 유리섬유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일본의 닛토보가 최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닛토보가 생산하는 T글라스는 가느다란 유리섬유를 촘촘히 엮어 만든 소재로, 반도체 칩을 받치는 기판 내부에 사용된다. 이 소재는 열에 의한 팽창이 적어 반도체 제조 및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판의 휘어짐과 변형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성능 반도체 제조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핵심 소재이며,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닛토보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T글라스 주문이 폭주하자 모든 생산시설을 풀가동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충격적인 것은 가격 인상의 규모다. 올해 7월 이후 단 3개월 동안 T글라스 가격을 30%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는 현재의 공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결국 닛토보는 일본과 대만에서 동시에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의 유리섬유 직물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대만에서는 원료인 유리섬유 원사를 생산하는 용해로를 증설할 계획이다. 닛토보는 후쿠시마 공장에 약 150억 엔을 투자해 2027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소재 부문의 공급난 심화는 반도체 업계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비해 소재 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고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소재 공급사들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생산 물량 확대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설비 구축부터 가동까지 보통 2년에서 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당분간 소재 가격의 고공 행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는 "수급 불균형 속에 반도체 완제품부터 웨이퍼와 기판 소재, 제조·후공정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번지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이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반도체 칩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 분야에서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수요 증가는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동시에 공급망 전체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기판 소재에서부터 시작된 공급 부족 현상이 결국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반도체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는 현재의 공급난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러한 투자가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가격 안정화 시점이 얼마나 될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