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러시아 디젤 공급 협약, 대러 제재법과 충돌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디젤 공급을 승인하면서 3주 전 서명한 대러 제재법과 직접 충돌하는 정책 모순이 드러났다. 의회 지도자들과 국제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위한 경제 압박 전략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글로벌 디젤 연료 공급을 승인하는 협약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과 직면한 모순이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기록적으로 높아진 디젤 가격을 빠르게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경제 부담 완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 지도자들과 국제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려던 최근의 대러 압박 정책과 직접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모스크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번 협약의 논란은 지난 3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린지 그래함 대러시아·이란 제재법 2026(Lindsey O. Graham Sanctioning Russia and Iran Act of 2026)과의 직접적인 충돌에서 비롯되었다.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주요 구매국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콤 부회장은 "의회가 러시아 석유와 가스의 주요 구매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을 방금 통과시켰는데, 미국이 미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냐"는 비꼬는 질문을 제기했다. 이는 법안의 의도와 현재의 정책 결정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비판은 양당을 넘어 제기되었다. 상원 우크라이나 회의 소속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결정이 "의회의 초당파적 제재법의 의도에 직접 배치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지타운 대학 국제경제법 연구소의 피터 해럴 객원연구원은 러시아 디젤 제재 완화가 "그래함 러시아법이 트럼프 행정부에 모스크바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도록 강제하지 못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텍사스 공화당 마이클 맥폴 하원의원은 "린지 그래함 제재법을 통해 의회는 대통령에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상당한 권한과 영향력을 부여했고, 이를 통해 푸틴의 전쟁을 협상으로 끝내도록 했다"면서도 "디젤 가격 인하의 바람은 이해하지만, 러시아 석유 제재 완화는 크렘린의 전쟁 기계에 자금을 공급할 뿐이고 최근 보인 폭력과 파괴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과거의 러시아 정책과도 상충된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평화 협상 과정에 대한 러시아의 진지한 약속 부족"에 대응해 여러 러시아 석유 회사에 제재를 부과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계속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2025년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러시아 석유 구매는 충격적이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협상 위치와 흥정력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게시했으며, 같은 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자신들과 싸우는 국가에서 석유와 가스를 사고 있다. 누가 그런 일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과거의 입장과 현재의 정책 전환은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번 디젤 협약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위한 경제적 압박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제한은 푸틴 정부의 전쟁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었으나, 국내 에너지 가격 인하라는 정치적 목표가 이를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CNBC의 러시아 디젤 협약에 관한 질문에 즉시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의회가 부여한 제재 권한이 실제로 어떻게 행사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