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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용권 'API 키' 노린 해킹 급증…기업 보안 관리 허술

해커들이 기업의 AI 이용권인 'API 키'를 노린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탈취한 키로 피해 기업 비용을 써 AI를 대량 호출하거나 암시장에 판매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개발자들의 허술한 관리로 인한 유출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AI 이용권 'API 키' 노린 해킹 급증…기업 보안 관리 허술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해킹 범죄의 새로운 타깃이 개인정보를 넘어 기업의 인공지능 이용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발급받는 'API 키'가 사이버 범죄자들의 주요 먹잇감으로 떠올랐다는 경고가 나왔다. 해커들은 탈취한 API 키를 이용해 피해 기업의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무료로 사용하고, 남은 키를 암시장에 판매하거나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AI가 단순한 해킹 수단을 넘어 범죄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API 키는 기업이 자사 서비스나 업무 시스템에 AI 모델을 연결할 때 필요한 인증정보다. 이 키로 AI를 호출하면 모든 이용료가 키를 발급받은 기업 계정으로 청구된다. 보안업체 앤트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탈취한 API 키와 세션 토큰으로 AI에 접근하는 행위 자체가 일부 범죄집단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해커들에게 API 키는 정찰, 취약점 탐색, 악성코드 작성 등에 필요한 막대한 연산 자원을 남의 돈으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공짜 티켓'이나 다름없다. 이를 통해 공격자들은 피해 기업의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이용하고(연산 자원), 키를 되팔 수 있으며(전리품), 정상 이용자 계정에 숨어 추적을 피할 수 있다(위장 효과)는 삼중의 이점을 동시에 얻게 된다.

실제 사이버 공격 사례들이 이러한 위협을 증명하고 있다. 해킹조직 샤이니헌터스와 연계된 공격자들은 기업에 침입한 후 AI API 키를 확보하자 자신들의 키 대신 피해 기업의 키로 공격 작업을 즉시 전환했다. 다른 공격집단은 탈취한 단 하나의 키로만 약 한 달간 지속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러시아어권 공격자로 분류된 'GTG-50020' 그룹은 더욱 정교한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한 AI 업체의 자동 평가용 샌드박스에 악성 지시를 심어 그 안에 저장된 여러 AI 업체의 운영용 API 키를 빼냈다. 탈취한 키를 이용해 약 4일간 AI 기업 30여 곳을 상대로 같은 수법을 변형해 공격했고, 사전 공개 단계의 클로드 모델에 접근하려 12가지가 넘는 경로를 시도했다. 이 사건에서 이용된 키는 모두 고객사 환경에서 탈취된 것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PI 키 유출의 상당수가 고도의 해킹 기술이 아닌 기업의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개발자들이 공개 깃허브 저장소에 키가 포함된 코드를 올리거나, 모바일 앱이나 도커 컨테이너, 챗봇 소스코드에 인증정보를 방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보안업체 깃가디언의 '시크릿 스프롤 현황 2026' 보고서는 이 위험성을 수치로 보여준다. 지난해 공개된 깃허브에서 탐지된 AI 서비스 관련 시크릿(API 키, 토큰 등 인증정보)은 127만5105개로 전년도 대비 81%나 증가했다. 전체 시크릿은 약 2865만개에 달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코드의 경우 변경 기록 100건 중 약 3건에서 인증정보가 발견되어 일반 코드의 약 1.5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았다. 이는 개발 효율성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할수록 보안 위험도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권의 연쇄 해킹 사건들도 외부 접점 관리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사고는 모두 핵심 금융 거래망이 아닌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나 직원용 업무지원 시스템 같은 외부 접점을 통로로 악용되었다. 이들 사건에서 AI API 키 유출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이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업무 시스템에 빠르게 연결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러한 외부 접점에 저장된 AI 인증정보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API 키가 개발 과정의 기술정보 정도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키 하나로 고성능 AI를 대량 호출하고 내부 시스템과 연결된 에이전트까지 움직일 수 있다"며 "보유한 AI 키를 전수조사해 불필요한 것은 폐기하고, 키별로 권한과 사용 한도를 최소화하며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보안 인식 개선과 체계적인 관리 체계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