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호남 반도체 부지 직접 방문, 속도전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 전남광주 광주군공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를 직접 방문해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에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으며, 향후 투자 규모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군공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를 직접 찾아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룹 총수가 현장을 방문해 빠른 착공과 사업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 불거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날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백 마디 말보다 예정 부지를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의 이번 방문은 SK 측이 이틀 전인 7일 광주특별시에 "최 회장이 그동안 해외 일정 등으로 제대로 현장을 찾지 못해 직접 방문하려고 한다"고 연락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으며, 전남광주 지역에서도 해당 사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지난달 30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철회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한 것이 SK 측에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현장 방문은 사업 추진 의지를 대외적으로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SK 경영진에게 "정부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업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규모에 대해 "용인 클러스터의 3분의 2 크기로 계획하고 있다"며 "땅이 있으면 이쪽이 더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호남 반도체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것에 더해 투자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6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당시 호남 반도체 투자액을 400조 원으로, 용인 투자액을 600조 원으로 밝힌 바 있으며, SK 측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부지 확보 및 인프라 준비 여건에 맞춰 점진적으로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투자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성패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규모 전력과 용수 확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인프라는 전력 6.3GW(기가와트), 용수 하루 65만 톤으로 계획돼 있으며, 이를 위한 신규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설사 용수와 전력 공급이 늦더라도 우리가 먼저 성토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인프라 차질이 생기면 2030년 6월 첫 반도체 양산 목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팹을 짓는 건설 인력이나 장비 등이 한정된 상황에서 용인에서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호남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반도체 팹 운영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확보하는 것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민형배 시장은 이날 "핵심 기반시설은 물론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 등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하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SK의 투자 의지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적시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