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의원 비자 보류 논란, 외교 관례 위배 아니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미국 국무부의 비자 발급 지연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 출장을 포기했다. 동맹국 국회의원의 공무 출장에 대한 비자 보류는 외교 관례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미국 국무부의 비자 발급 지연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 출장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9박12일 일정으로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을 방문해 재외공관에 대한 국감을 진행하려 했으나,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급히 유럽 출장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정 의원의 비자 보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불편을 넘어 동맹국 간 외교 관례와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비자 발급 지연이 발생한 배경에는 정청래 의원의 과거 학생운동 전력이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으로 서울 정동의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이력이 미국 정부의 비자 심사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있으며, 현 미국 정권의 정책이나 한-미 관계의 기류, 담당 관료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비자 발급이 결정됐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거부 사유를 설명하지 않는 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정청래 의원의 비자 발급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19대 국회 외통위 국감 때도 정 의원은 미주반에 소속돼 미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비자 발급이 지연돼 유럽 출장으로 변경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2012년 국감 때는 단수비자를 받아 미국을 정상 방문했고, 2014년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현지 상·하원 의원들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등을 만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청래 의원의 현재 정치적 위상과 이번 방문의 공식적 성격이다. 정 의원은 과거 여당 대표를 지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이며, 이번 미국 출장은 헌법이 규정한 재외공관 국정감사라는 공무 수행이 목적이었다. 동맹국의 국회의원이 공식적인 국감 업무를 위해 비자를 신청했는데 명확한 설명 없이 발급을 지연한 것은 국제 외교 관례상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의 입국을 아무런 제약 없이 허용하고 있는 만큼, 상호 호혜적인 외교 관계 운영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국내 정치권에서도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의원의 비자 발급 지연을 이 정부의 대미 외교 실패와 동맹 간 신뢰 균열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반면, 여권에서는 정치적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동맹 간의 불필요한 긴장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교당국은 이 상황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양국 간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여야 정치권 역시 정파적 이해를 떠나 동맹국 국회의원의 공무 출장에 대해서만큼은 일관되고 호혜적인 비자 발급 기준이 마련되도록 미 의회와 국무부에 요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양국 정부가 외교 관례를 존중하는 성숙한 대응을 보여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