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쇄 해킹범 중국인 지목…신병 확보 '난항' 예상
국내 금융권 연쇄 해킹 사건의 공격자로 중국 광둥성의 26세 남성이 지목되었으나, 한·중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 후 중국의 인도 청구 응응 전례가 없어 수사 난항이 우려된다. 유사 사건들에서도 중국 국적자에 대한 신병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연쇄 해킹 사건의 공격자로 중국 광둥성에 거주하는 26세 남성이 지목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지난 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해킹 공격자의 신원을 추정했으나, 만약 이 남성이 실제 공격자로 확정될 경우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력 부재로 인해 국내 수사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보안업체가 제시한 신원 정보를 수사 단서로 활용하면서 실제 공격자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자의 신원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 사용 과정에서 노출되었다. 공격자는 클로드에 자신의 침투테스트 성과를 담은 보안 연구자 이력서 작성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름 이니셜과 텔레그램 계정, 학력, 거주지 등의 개인정보가 함께 입력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주목할 점은 공격자가 AI 대화 과정에서 탈취한 한국 금융 정보를 어디서 판매할 수 있는지, 한국어 텔레그램 데이터 판매처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질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동일한 텔레그램 계정이 NFT 선물 마켓플레이스 취약점 조사 세션과 중국 결제 플랫폼을 겨냥한 공격 정황에서도 사용된 것을 발견하면서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보안기업은 현재까지 확보된 정보만으로는 신원을 단정할 수 없다는 선을 그었으며, 이는 정황에 따른 추정일 뿐 확정적인 신원 특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목된 26세 남성은 자신이 해당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커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도용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금융권 해킹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공격자로 지목할 근거가 휴대전화 번호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각종 연락이 쏟아지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 전문가나 국내외 사이버 보안업체가 의견을 제시하며, 이런 단서를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자가 중국 국적자로 확정될 경우 수사의 난항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중 범죄인 인도 협력의 실질적 부재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중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된 이후 중국이 단 한 건도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한 적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만약 피의자가 해외에 체류 중일 경우 수사기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를 신청하거나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하며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이러한 절차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들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경찰은 중국 국적 전직 직원을 피의자로 지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중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국내 송환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지난달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이름을 딴 간판을 걸고 장사하던 중국집에 래커 테러를 벌인 뒤 도주한 중국인 일당도 마찬가지로 처벌이 미뤄지고 있다. 경찰은 이 경우 법무부를 통해 중국에서 일당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지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융권 연쇄 해킹 사건에서도 공격자가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남성으로 확정되더라도 국내에서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거나 재판에 넘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마다, 사건마다 국제공조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고 밝혀 향후 대응 방안의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