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경제

반도체 ETF 리밸런싱으로 삼성전자 2000억 매도·소부장주 매수 급증

국내 반도체 ETF의 정기 리밸런싱으로 삼성전자에서 약 2000억원의 매도 수요가 발생한 반면, 소부장 기업들에는 신규 매수 수요가 유입되었다. 이로 인해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으나, 삼성전자의 하락에는 ETF 수급보다 실적 악화와 거시 변수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ETF 리밸런싱으로 삼성전자 2000억 매도·소부장주 매수 급증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의 정기 리밸런싱이 8일 단행되면서 반도체 업종 내 자금 흐름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번 리밸런싱은 대형주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 구조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는 매도 압력을 가하는 반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에는 새로운 매수 수요를 불어넣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기계적 수급 조정을 넘어 반도체 시장 내 투자 흐름의 다변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정기 변경 대상이 된 국내 주식형 ETF는 총 24개로, 순자산 규모가 2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ETF가 18조1000억원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차지하고 있어, 리밸런싱의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날은 10월 연휴 일정과 코스피200 선물·옵션 만기일이 겹치면서 리밸런싱 거래가 집중되었고, 이러한 시간적 집중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리밸런싱 과정에서 삼성전자에는 약 2000억원의 매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TIGER 반도체TOP10 ETF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27.1%로 종목당 편입 상한인 25%를 초과한 데 따른 조정이다. 반면 SK하이닉스에는 약 900억원, SK스퀘어에는 약 800억원의 매수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등 소부장 기업들이 각각 약 200억원씩의 매수 수요를 받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 관심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ETF마다 편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종목별로 받는 영향도 상이하다. RISE AI반도체TOP10은 삼성전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되어 있으며,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삼성전자를 아예 편입하지 않는 대신 삼성전기,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원익IPS, 대덕전자 등 소부장 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구성은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업별로 전혀 다른 수급 영향을 초래한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54분 기준으로 저스템은 전 거래일 대비 12.23% 상승한 2만1100원에 거래되었고, 주성엔지니어링은 11.31% 올랐다. 원익IPS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6.79%, 1.32%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0.93% 하락한 26만6000원을 기록했다.

iM증권의 이상헌 연구원은 이번 리밸런싱의 파급 효과를 분석하면서, 삼성전자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시가총액이 작은 소부장주로 이동할 경우 수급 효과가 주가에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백억원 규모의 매수만으로도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형주 중심의 시장에서 소형·중형주로의 자금 이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을 ETF 수급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매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유가 등 거시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전균 연구원은 옵션 만기와 ETF 정기 변경, 연휴 일정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날 수급 충돌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헌 연구원도 삼성전자에 예상되는 2000억원의 매도 물량은 평소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큰 수준이 아니라며, 최근 주가 약세에는 ETF 리밸런싱보다 이익 증가율 둔화와 금리·유가 등 거시 변수, 외국인 매도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반도체 시장에서는 ETF 리밸런싱에 따른 기계적인 수급 조정,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옵션 만기 및 외국인 매매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ETF 리밸런싱 시점에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는지가 반도체 업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