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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돌파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국내 기업 최초 분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AI 확산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과 공급 부족이 주요 요인이며, HBM4 양산으로 내년 실적도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비메모리 부문과 완제품 부문의 적자가 과제로 지적된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돌파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8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3분기 매출액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55.1%에 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초호황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원화 강세 국면 속에서도 글로벌 AI 패권경쟁으로 급증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거의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110조원에 달하며,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은 1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 2분기에 전체 영업이익의 99.7%를 차지했던 DS 부문의 지배력이 이번 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호실적은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AI 에이전트 등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AI 모델을 구동할 때 데이터를 전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용 D램,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추세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조사한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의 개당 평균 가격은 26달러로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 범용제품 평균 가격도 30.6달러로 21개월 연속 상승하며 함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 PC와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범용 D램 가격까지 동반 상승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친 공급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한때 SK하이닉스에 밀렸던 HBM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6세대)를 양산 출하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불과 4개월 만에 HBM4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올린 것은 시장의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메모리 공급 부족과 확보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 실적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삼성전자의 HBM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HBM4 매출 비중은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2배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낸드는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 부문별 실적 격차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 간 격차가 크다. DS 부문 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팹 가동 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완제품(DX) 부문의 적자 지속이다. 사상 첫 적자를 낸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은 DX 부문을 주도하는 모바일(MX)과 네트워크(NW)에서 1조8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삼성전자 전체 사업의 밝은 미래를 완전히 보장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증시에서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사상 최대 실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8일 전날보다 2.42% 내린 26만2000원에 정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단기 호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비메모리 부문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이 초호황 이후의 시장 조정에 삼성전자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