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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20명 '암살자들' 정치 공세 맞서 긴급 성명···창작 위축 우려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대해 정지영 감독 등 영화인 20여 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인들은 정치권의 전방위 공세로 인한 개인 피해와 창작 위축을 우려하며 예술의 자유를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아 부산에 모인 영화인들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지영, 이명세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0여 명은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이벤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홍준 전 한국영상자료원장, 전찬일 영화평론가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영화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영화인들이 우려를 표한 것은 '암살자(들)'을 향한 정치 야권의 공세가 단순한 영화 비평을 넘어 투자 문제 제기, 단체 관람 반대, 해외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 등으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화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강도 높게 오갔으며, 이것이 공적 자원을 제재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점이 영화인들의 핵심 우려다. 영화인들은 공동 성명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먼저 제기하고, 이를 근거로 자료 요구와 증인 요구, 조사 대상과 책임의 범위를 계속 확대해 민간의 투자와 상영, 문화기관의 판단 영역까지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비판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번 논란의 본질에 대해 직설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화가 역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역사가 남긴 수수께끼에 대해 영화가 질문하는 것은 감독, 화가, 시인, 소설가들의 의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이 시비를 거는 것이 너무 웃기다'고 표현하며 영화 창작의 자유와 예술의 독립성을 주장했다. 영화인들은 비판과 토론 자체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작품을 충분히 보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제작 의도와 정치적 성격을 먼저 규정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논란으로 인한 개인 피해다. 영화인들은 성명에서 '관계자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주거지와 일상이 침해되며, 협박과 신변 위협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는 영화 비판이나 정치적 의견 표현과는 명백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어제 국정감사에서 나와야 할 이야기는 다 나왔다'며 '오는 12일 영화진흥위원회 국감에서는 암살자(들) 관련 논란은 더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을 논란으로 잡아먹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이 신속하게 뜻을 모아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는 창작 위축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다.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영화인으로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모인 것은 암살자(들)에 대한 논쟁이 공적 자원을 제재하는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반복되면 창작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한 영화에 대한 논란을 넘어 한국 영화계 전체의 창작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영화인들의 이번 집단 행동은 예술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업계의 절박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