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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 '창작은 창작' 소신 밝혀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이 '암살자(들)' 논란과 관련해 창작은 창작이며 영화는 허구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장이머우 감독과 정주리 감독은 역사적 정확성과 창작의 자유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예술적 표현의 가치를 옹호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역사왜곡 논란으로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심사위원단이 창작의 자유와 예술적 표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창작물에 대한 역사적 정확성 논쟁에 대해 신중한 관점을 제시했다. 장 감독은 "창작은 창작이며 꼭 진실과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역사적 진실 자체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을 수상한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본 뒤 관객이 느끼는 것이 다 다르고, 다른 관객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며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영화의 본질적 특성으로 보았다. 장 감독은 자신도 중국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붉은 수수밭', '인생', '5일의 마중' 등 여러 작품을 제작한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입장을 피력했다.

심사위원 정주리 감독도 "영화는 영화"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창작물로서의 영화의 본질을 재확인했다. '다음 소희'에서 콜센터 현장 실습생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그렸던 정 감독은 "저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고 관객을 만났다"고 밝히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영화와 사실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는 영화고 허구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 역시 허구의 인물이 된다"고 정의하면서, 이것이 자신이 영화를 대하는 기본적 자세라고 설명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정주리 감독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위축된다"며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에 이런 반응이 오게 되면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화가 어디서 시작되고 길어 올려졌든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책임을 진다.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 감독은 "비판과 공감 등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영화를 만드는데, 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며 창작의 자유 속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암살자(들)'의 21일 개막작 상영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전날 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은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을 존중하며, 본 작품은 변함없이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제 영화제들이 논란 속에서도 창작의 자유와 예술적 표현을 보호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